매일신문

시와 함께

이 저녁 시간 늦게

바닷가 백사장을 거닐면

"이젠 들어가 자거라"고 하시는

살아 생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바다에 오면, 어머니,

저 바다의 서러운 물너울 같던 당신이

저희 한평생의 근심과 궁핍을

다 덜어 가져가나요.

-이젠 들어가 자겠습니다.

아직도 맘에 드는 잠자리는 없지만,

제 걱정일랑 마시고

어머님도 오늘 밤 편히 주무셔요.

이정우 '바다'

어머니의 사랑은 삶의 아랫목이어서 날씨가 추워지면 어머니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겨울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릴 때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마른 수수깡같은 고아가 된다.

긴긴밤 배고프면 어떻게 하나? 이제는 가고 없는 내 어머니, 그 목소리 그리우면 당신은 어떻게 하나? 인적 끊긴 바닷가를 찾아가 보라. 이 세상 궁핍해서 맘에 드는 잠자리는 어디에도 없겠지만 "이젠 들어가 자거라"하시는 자애로운 내 어머니 서러운 물너울로 살아 있으리니.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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