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째 투병…콩팥이 멈춰가요" 만성신부전증 앓는 강택군

"이제 제 콩팥도 줄 수 없는데 어쩌죠?" 10년 전 만성말기 신부전증을 앓던 아들에게 신장 하나를 떼내 준 전영숙(42·서구 내당동)씨는 이제 눈물이 말랐음직도 한데 금세 또 눈가가 젖었다. 지난달 중순 아들 강택(16)군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데려왔는데 알고보니 자신에게 기증받은 신장이 '급성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

현재 강택군의 신장은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해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면역성이 현저히 약화돼 비싼 1인실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한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전씨는 만약 강택이의 신장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평생 복막·혈액투석을 하게 될 경우 치료비는 어떻게 할지 앞이 깜깜하다.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 아들을 바라보는 애미 심정을 아세요? 어린 것이 마음껏 한번 뛰어보지도 못하고 병실침대 위에 링거주사만 맞고 있으니…."

전씨는 강택이의 손등 곳곳에 남아있는 주사자국을 치료하듯 어루만지며 또 눈물을 흘렸다. 만성 신부전증에 걸리면 신장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신체의 조절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인공신장에 의한 투석이나 신장이식 등으로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신장이 기능을 멈추기까지는 자각증상도 거의 없고 빈혈과 고혈압 등을 동반하는 무서운 병이다.

강택이는 일곱살 되던 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벌써 10년째 투병생활 중이다. 고혈압 영향을 받아선지 지능지수가 낮고 몸도 또래보다 한뼘 정도 작다. 몸무게는 50kg도 채 되지 않는다.

거기다 2년전 강택이 아버지는 부인과 자식을 뒤로한 채 인연을 끊었다. 투병중인 아들, 쌓여가는 치료비, 혹독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씨는 파출부, 식당 설거지, 공장 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잠꼬대가 심한 강택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밤마다 매정한 아버지를 찾고 있다. 그 애절한 목소리가 아버지에게 쉬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면 어떡해요. '멀리 돈벌러 갔다'고 안심시켜놨지만 자꾸 애 아빠를 찾아요."

전씨는 이제 친척들에게 더이상 손을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답답하다'며 가슴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강택이를 보면 마음이 또 약해진다.

"이틀 전에는 혈압이 210까지 올라가 얼굴이 새파래져 발작을 하는데 저도 그만 정신을 잃었어요. 우리 강택이가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날품팔이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전씨는 벌써 병원치료비 600여만원이 밀려 있다. 평생 복막투석이나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전씨는 치료비 걱정에 날밤을 샌다. "애가 밝고 착해요. 한번씩 아픈 것도 모르고 뛰어다닐 땐 눈물을 머금고 말려야 하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기에 제 아들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현재 경구중학교에서는 힘든 강택이를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성금 걷기에 발벗고 나섰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강택이는 장차 개그맨이 되어 힘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름다운 함께살기'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설명 :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전영숙씨를 아들 강택군이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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