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전도사' 최현숙 간호사

19년째 생활…삶의 의미 찾아줘

"15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진폐환자들은 '어차피 죽을 몸'이라며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폐증 환자들에게 '희망의 천사'로 통하는 문경 제일병원 최현숙(41) 간호사. 그녀는 19년째 문경탄전 지하 막장에서 일하다 진폐증에 걸린 260여명의 환자들과 생활해 오고 있다.

"삶을 포기하려는 진폐증 환자들이 많아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최 간호사는 환자들 중에는 광원생활 이전에 목수 직업을 가졌던 이들이 많아 틈틈이 작품을 만들도록 권유했다.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보내던 환자들은 그녀의 권유로 서예, 종이접기, 민속공예, 목공예, 도자기, 표구제작, 사진앨범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그 다음은 최 간호사의 몫. 최씨는 이들이 만든 작품으로 지난 2001년 병원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세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정성 들여 준비한 390여 점의 작품은 환자 가족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일부 작품은 비싼 값에 팔리기도 했다. 출품작 중에는 7년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베틀, 물레방아, 팔각정, 초가집을 만들어 2년 연속 서울 근로문화예술제에 입상했던 권혁수(72)씨의 작품과, 2002년 대구경북미술대전에 입상한 이상훈(71·9년 입원)씨의 서예 작품도 출품돼 호평을 받았다. 최씨는 올해 전시회때 유치원생 300명을 초청해 옛 광산촌 광원들의 생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 어린이들에게 광원들의 생활상과 고생을 알렸다.

최 간호사는 "진폐병동 환자들이 가쁜 호흡 속에서도 다양한 취미 활동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고달픔에서 벗어나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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