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정치, 싸우면서 발전한다

올 정기국회도 여야 싸움으로 예산안 처리조차 못한 채 폐회됐다.

시중에선 국회가 여전히 싸움질로 세월을 보낸다고 욕을 한다.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사회 전반에 퍼져가고 있는 마당에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며 표를 얻어간 국회의원들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싸우는 모습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간 싸움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환경 속에서 지지계층이 서로 다른 여야가 한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고 각각의 상대적인 이해관계를 무 자르듯 단칼에 해결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기에 여야가 싸우면서 타협하는 일이 오히려 부작용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대립과 투쟁으로 이어온 격동 50년의 정치권 다툼에 신물난 국민들이 국회의 싸움을 나쁘고 잘못된 것으로 인식한다 하더라도 싸우지 않고 어떻게 5천만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여아 간 싸움이 이해관계의 조화를 위한 당연한 일이라면 정치적 다툼은 한 단계 한 단계 성숙돼야 한다.

싸워야 할 때 싸우고 규칙을 지켜가며 싸워야 한다.

싸울 일도 아닌 것을 두고 싸운다거나, 내가 한 돌팔매질은 정당한 행동이고 남이 하는 발길질은 인정할 수 없다며 악다구니를 쓴다면 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어거지로 어린아이에게조차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구꼴통'과 '빨갱이'의 싸움일수록 지켜야 할 규칙은 엄격해야 승복할 수 있다.

17대 국회 첫해를 마감하며 여당은 실익보다 명분에 집착하고 야당은 차기 정권쟁취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사회·정치적 구조와 환경의 변화를 갈구하는 지지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당은 당장의 끼니 걱정보다는 명분을 앞세워 사회안정을 바라는 이른바 보수층을 비롯한 오늘 살림살이에 피곤한 서민들로부터 '알맹이 없는 껍데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치의 요체가 명분과 감동에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받침이 없는 감동의 결과가 허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야당은 집권여당을 무식하고 경험 없는 철부지라면서도 야당으로서의 투쟁목적을 오로지 차기 대선승리에 걸고 싸움 같지 않은 싸움으로, 이익은 이익대로 얻되 여론의 역풍을 피해가려고만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건만 해도 그렇다.

진압경찰의 방패에 상처를 입으며 강한 시위를 벌인 것도 결사반대 한다는 야당 정치인이 아니라 격동기를 살아 온 노인들과 보수단체였다.

여야가 싸우면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면 대구·경북의 단 한곳을 제외한 지역구 모두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싸움의 규칙부터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탄핵이란 어마어마한 투표조차 국회에서 수로 밀어붙인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이든 무슨 법이든 상정을 막는다면 이는 국회와 자기부정일 뿐이다.

표결을 막을 수 없고 결과가 뻔하다 하더라도 상정해서 토론하고 싸워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면 목숨을 던질 각오라도 해야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정당이 아닌가.

게다가 '지나친 투쟁이 되레 역풍을 몰고온다'는 두 번의 대선실패에서 얻은 교훈에 너무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잦은 장외투쟁 등으로 사사건건 발목 잡는다는 인상을 심어준 때문에 대선에서 졌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나친 싸움이 역풍을 불러온 게 사실이지만 싸우지도 않고 몸을 사리기만 한다면 지지 국민들에게조차 아예 외면받고 만다.

우선 당사부터 여의도로 옮겨와야 한다.

그것도 서민들의 시위대가 밀려올 수 있는 곳으로 와야한다.

살림살이가 힘든 서민들에게 점거되고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는 당사가 되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단 한곳을 제외한 지역구 모두를 싹쓸이한 한나라당이 규칙을 지키지도 않은 채 싸움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이는 대구·경북의 사회·정치적 소외만 불러온다.

한나라당에 표를 몽땅 바친 죄로 대구·경북이 수구꼴통의 도시가 되어서야 될 말인가. 의연하고 당당한 한나라당이 대구·경북을 살린다.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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