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해 넘기는 강력 미제사건 많다

음료 농약투입, 살인·유괴사건 '수사 공전'

올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비중있는 강

력사건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연말을 맞고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올들어 달성공원 음료수 농약투입 사건을 비롯해 어린이 유괴사

건에 이르기까지 강력사건이 발생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해 현재까지 미궁에 빠져 있

다.

지난 9월 19일 노숙자 전모(63)씨가 달성공원 안 벤치에 놓인 음료수를 마시고

숨진 뒤 10여명의 유사 피해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 사건은 뚜렷한 범행 목적이 드러나지 않은 채 공원을 찾는 불특정 다수를 상

대로 무차별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했지만 경찰이 수사를 벌인 지

3개월이 다 돼가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달성공원과 두류공원 등지에서 누군가 마시다가 남겨 둔 것처럼 위

장된 음료를 마신 뒤 복통과 구토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실신, 구급대에 실려

가 병원치료를 받았다.

수거된 음료의 플라스틱 용기에는 미세한 주삿바늘 자국이 나 있었고,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용기와 내용물에서는 고독성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사건발생 닷새 만에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전면수사에 나선 경찰은 범행이 이미

한달여 전부터 시작돼 피해자들이 모두 8건에 14명이라는 사실을 확인, 충격을 더했

다.

경찰은 공원 안에서만 범행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 사회에 불만을 품은 자의 소

행으로 보고 공원 주변과 대구시내 농약상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초반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50대 남녀를 용의자로 지목, 2천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걸고 공개수사를 벌였으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경찰은 "전례가 없는 사건인 데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등 사회적 여파를

감안, 40여명의 수사인력을 그대로 유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대구시 수성구 수성1가 주택 앞 길에서 주부 이모(33.여)씨가

가슴과 어깨 부위에 각각 1차례씩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치정이나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이씨의 행적을 수사했으나 단

서를 확보치 못했다.

지난 6월에는 대구시 북구 침산동 모 노래방에서 발생한 40대 여종업원 피살 사

건도 6개월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이다.

이 사건은 숨진 여종업원의 신체 일부가 훼손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이어서 충격

을 줬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유류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감식한 결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지문 채취에는 실패해 수

사가 벽에 부딪쳤다.

지난 10월에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에서 직장동료와 술을 마신 뒤 귀가

하던 인쇄공 김모(37)씨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은 당시 30대 남자가 범행 현장에서 황급히 달아났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

대로 용의자의 몽타주까지 작성해 수사에 나섰으나 용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이밖에 지난달 29일 낮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도심공원에서 발생한 5세 어린이

유괴사건 또한 수사에 진전이 없다.

범인들은 7시간 가량 어린이를 끌고 다니면서 현금 2천만원을 요구하다가 여의

치 않자 어린이를 풀어주고 잠적했으나 경찰의 수사는 공전만 거듭할 뿐이다.

이처럼 사회불안을 초래하는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범죄를 비롯해 살인, 유괴사

건 등 지능적인 범죄에 경찰의 수사력이 한계를 보여 시민들을 실망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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