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소비심리 위축에다 따뜻한 겨울날씨로 연말대목 경기가 '실종'됐다.
12일 끝난 대구지역 백화점들의 겨울세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었고, 동성로상가를 비롯한 재래시장 매출도 전년 대비 20~30%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식당 호텔 등의 예약률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격감하고,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용품 판매마저 부진해 유통·외식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백화점·재래시장 '아우성'=연말 떨이세일에 나섰던 지역 백화점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구·동아·롯데백화점의 이번 겨울정기 바겐세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3%씩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전의 두자릿수 신장률은 물론 그 이후에도 꼬박꼬박 신장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위축에다 따뜻한 겨울날씨로 모피·코트 등 방한의류와 난방용품 등 시즌상품 매출부진이 심화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게 백화점의 분석. 관계자들은 "할인 폭을 확대하고 사은품까지 제공하면서 대대적인 세일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말연시가 일년 중 가장 큰 대목이었던 재래시장의 상황은 더욱 어둡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상가 경우 의류·구두·잡화 매출이 장사가 죽을 쑤었던 작년에 비해서도 20~30% 떨어졌다. 음식점과 술집도 손님이 없어 타격이 심각하다. 유득종 동성로상가번영회 총무이사는 "2,3년전까지만 해도 수능이 끝난 후부터 신학기까지 연말연시 대목경기가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동성로를 찾는 인구마저 크게 줄어 장사가 안된다"며 "부유층과 서민층 모두 돈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얘기했다.
따뜻한 겨울로 겨울의류·내복·난방용품·월동 자동차 용품 등의 매출이 작년에 비해 떨어진 것도 상인들 시름을 더하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모피가게를 하고 있는 박부자(39·여)씨는 "경기가 안 좋은데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수성구 상동 ㅅ주유소 박창수(29)씨는 "지난해 이맘때면 하루 평균 6,7건의 난방유 주문전화가 왔는데 요즘은 2건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마트 등 가전전문매장의 난방용품 매출도 작년보다 30% 줄었다.
△식당·호텔도 '한숨'=단체모임 예약률이 급감, 내심 연말특수를 기대하던 식당가도 한숨짓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일주일 평균 20~25건 예약이 차고 특히 작년에는 방이 없어서 손님을 못 받을 정도였던 대구시 북구 ㄱ일식전문점의 현재 예약률은 작년의 50%에 불과하다. 손님 수 또한 팀당 5명 이상에서 2,3명 정도로 줄었다.
대형식당도 마찬가지다. 대형 회타운인 대구시 달서구 ㄷ식당은 1일 15~20건 정도 예약이 들어오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10~20% 정도 감소한 것. 한정식 전문점인 수성구 ㅇ식당도 10~20명씩의 단체손님 예약도 작년보다 10% 정도 줄었다.
저가·실용 메뉴 선택으로 손님 1인당 음식단가도 3천원에서 7천원 정도까지 줄었다.
송년 모임으로 북적대던 지역 특급호텔 예약도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었다. 인터불고호텔 경우 예약을 하더라도 단가를 낮추거나 참여인원이 500명 이상의 대규모 모임이 적어지는 대신 50~60명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연말 경기 축소판인 달력 주문량도 지난해보다 10~20% 줄었고, 그나마 단가가 낮은 달력을 많이 찾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최근 지역 402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12월 업황전망BSI가 제조업 73, 비제조업 61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구매심리는 1997~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약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중 소비자전망 조사결과' 6개월 이후의 경기·생활형편 등을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86.6으로 2000년 12월(82.2) 이후 47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IMF관리체제 때인 98년 12월(86.7) 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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