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리 달려본 중부내륙고속도…"축지법이 따로없네"

교량-터널-교량-터널 '난공사 실감'

새벽 안개 속 고속도로 주변 산천에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을씨년스럽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5일 전 구간을 개통하는 중부 내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의 분기점인 김천JCT를 지난 지 10여분. 첫번째 선산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무을저수지는 겨울 물안개가 피어 올라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상주가 가까워지면서 왼쪽으로 펼쳐진 갑장산(甲長山)은 넉넉한 품으로 상주를 감싸안고 있고 북상주IC까지 끝없이 이어진 들판은 이곳이 경북 최고의 곡창지대임을 실감케 한다.

최고 110㎞인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다 보니 어느새 문경시. 두 지역 명칭이 정답게 달려 있는 '점촌·함창IC' 안내판이 달려나오듯 반기고 고속도로 오른쪽으로 멀리 문경시청이 보인다. 모전동 택지개발 사업지구와 점촌 시가지가 잠시 창 밖에 비치는가 하더니 벌써 문경휴게소다.

'영남8경' 중 하나인 진남교반(鎭南橋畔)을 지나 문경새재IC로 이어지는 구간은 교량과 터널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구조물의 연속.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30여m 높이의 다릿발은 국내 토목기술의 발전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국도로공사 중부건설사업소 유시영 공사부장은 "상주~충주 구간은 교량과 터널이 전체 구간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 공사가 매우 힘들었다"며 "해발 500m 이상 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에는 겨울철 제설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여주를 잇는 전체 구간 중 최고 절경으로 손꼽을 만한 초겨울 주흘산의 풍광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웰빙의 고장' 문경의 길목이 될 온천지구가 펼쳐진다. 멀리 문경읍 고요리 산 위에 있는 활공장 원형건물도 레포츠 동호인들을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지난날 선비들의 과거 길이자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문경새재 고갯길이 관광객으로 북적거릴 날도 이제 머지않은 듯하다.

문경새재를 지나 오른쪽으로 꼬불꼬불 펼쳐진 이화령 고갯길도 추억의 도로.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얼어붙은 이화령을 넘지 못해 도로에서 밤을 새우는 트럭들이 장사진을 치곤 했던 곳.

충청도 땅인 괴산IC를 지나면서부터는 수확이 끝난 사과 밭이 이어진다. 수안보도 지척이다. 온천과 사과로 유명한 문경·상주·충주 등 지방자치단체 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머리싸움도 볼 만해질 것 같다. 충주휴게소 커피코너 황수영(22)양은 "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손님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식당과 근무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며 손님 맞을 준비에 바쁘다.

이젠 경기도다. 장호원IC가 나타나면서 처음 등장한 영동고속도로 안내 표지판이 종점인 여주가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분기점에 앞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도로 왼쪽은 서울·이천·인천방향이고 오른쪽은 여주·원주·강릉으로 이어진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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