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초'중학생들의 한자 공부 열풍이 거세다. 가정은 물론 일부 학교에서조차 한자 급수 자격증 따기에 시간을 쏟고 있으며, 학생들도 경쟁적으로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
논란을 떠나, 한자어가 우리말의 7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한자 공부의 유용함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모든 학습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자 공부 역시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빠지는 오류와 해결책을 짚어본다.
◇동기-필요함을 알게 하라
급수 자격증은 한자 공부를 하는 초'중학생들에게 최고의 동기로 작용한다. 확실한 성취 동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최근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지나친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교사들은 이야기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억지로 암기식 공부를 한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한자 공부에 거부감만 키우기 쉬울 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나 생활에서 한자를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많은 부분이 한자로 구성돼 있고, 한자의 뜻을 알면 어려운 한자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장원교육 한자연구팀의 차해은씨는 "생활 주변이나 교과서 등에 한자어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 주고 스스로 한자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재나 시험에 얽매이지 말고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자 학습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일러줄 필요가 있다. 고려대의 경우 올해부터 한자 실력이 없는 학생에게는 졸업 자격을 주지 않기로 하고 모든 학생이 한자 시험을 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한자 문화권 국가들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입사 기준에 한자 실력을 포함시킨 대기업도 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영어나 컴퓨터 능력 못지않게 한자 독해능력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유래와 단어로 익힌다
한자 공부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너나없이 낱글자를 익히는 데 힘을 쏟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글자가 만들어진 유래나 글자의 구성 등에 대해 먼저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경을 모른 채 무턱대고 글자의 모양을 외우게 하는 것은 금물.
최근 한자능력시험에서 7급 자격증을 딴 다섯 살 김채원(대구시 만촌동)양이 좋은 사례다. 훈장님인 할아버지는 "동녘 동(東)이면 나무(木)에 해(日)가 뜨는 모양", "자리 석(席)은 의자 손잡이를 닮았다"는 식으로 손녀의 흥미를 끌어냈다.(본지 1일자 25면 보도)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어를 통한 공부로 연결시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급수 자격증 공부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낱글자 암기력을 묻는 문제가 다수이기 때문. 한자 공부의 동기가 되는 자격증 따기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이를 막기 위해선 한자를 생활 주변에서 흔히 쓰는 단어로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 가령 냉장고(冷藏庫)는 '차갑게(冷) 감춰두는(藏) 창고(庫)'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다소 어려운 글자라도 쉽게 익힐 수 있다. 고사성어를 통한 한자 공부가 효과적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단어를 통한 한자 학습은 한자뿐만 아니라 우리말 이해력과 활용 능력을 키워주는 효과도 크다.
◇교재-독서로 연결시켜라
한자 공부 열풍만큼 교재도 다양하다. 특히 한자를 소재로 하거나 이야기 속에서 한자를 익히도록 하는 만화들이 쏟아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역시 한자에 흥미를 붙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저 읽기만 해서는 한자 실력을 쌓는 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화를 본 후 글로 표현하기, 제시된 한자 직접 써 보기 등의 활동으로 연결시켜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흔히 천자문을 입문 단계에 적합한 한자 교재로 여기고 있지만 교사들은 오히려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려운 글자들이 많은데다 넉자로 만들어진 구의 의미도 중국 고사에 해박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 그보다는 격몽요결,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을 구해 단계적으로 읽게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이해가 쉽고 내용이 교훈적인데다 어려운 글자도 많지 않아 읽기만 해도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고사성어 공부 역시 글자 공부보다는 배경이 되는 책들을 먼저 읽게 하는 것이 좋다. 고사성어의 대다수가 사기나 삼국지, 손자병법 등에서 유래한 것이므로 이 책들을 읽고 배경 지식을 쌓으면 한자 학습은 절로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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