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1·여·대구 달서구)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손녀 3명과 월세방에서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손자 1명은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다.
주 수입원이었던 큰 아들과 작은 아들 부부 모두 가출한 뒤 김씨가 손자들을 돌보고 있다.
남편은 친구 집에 얹혀 살며 막노동을 하고, 자신은 파출부를 하며 손자들을 키우고 있지만 생계가 막막하다.
외환위기 이후 자식들의 사업 실패로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다.
자식들이 남겨 놓은 카드 빚만 4천만원이 넘는다.
밀린 월세와 건강보험료는커녕 생활비조차 없다
최모(39·여 동구)씨는 대학 졸업 후 남편을 만나 자녀 3명을 키우며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해 왔다.
하지만 1998년 남편의 사업 부도로 억대의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집이 없어 동네 경로당에서 온 가족이 2년 동안 더부살이를 해야 했고, 지금의 사글세 집도 기한이 차 거리로 나 앉을 판이다.
부부는 간간이 해오던 잡역일도 끊겼고, 의료보험료 미납금 100만원 때문에 병원도 못가고 있다.
이모(35·여 서구)씨는 남편의 사업실패로 이혼 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3명과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수천만원의 부채 속에 신용불량자가 된 지도 오래. 신문배달, 식당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지만 생계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이씨는 "당장 죽고 싶지만 자녀들의 얼굴이 어른거려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거리에 나 앉게 되자(밀린 월세 40만원)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차상위계층들이 단 돈 '만원'이 없어 밑바닥 삶을 기고 있다.
이들은 각계 각층에 '살려 달라'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사회는 '관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차상위계층은 1만5천653가구로 4인 가족 기준 6만 3천여명이다.
복지단체들은 주민등록 말소 등을 포함하면 8~9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친척집에 얹혀 살거나 월세 10만원 안팎의 단칸방 등에서 살며 월소득이 50만원도 채 안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양 가족은 보통 4~5명에 초·중·고에 재학 중인 자녀가 많고, 가족 중 장애인, 환자도 있다.
월 1만원 안팎의 건강보험료도 못내는 형편이다.
대다수가 외환위기 이후 실직, 부도 등으로 극빈층에 전락한 경우다.
달서구 월성종합사회복지관 경우 최근 공동모금회로부터 생계비 60만원씩을 받은 차상위계층 50가구 모두 1천만원 이상의 카드 빚을 지고 있었다.
복지관 이승희 사회복지사는 "월성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가구의 70%이상이 적잖은 카드 빚을 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달 초 끝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빈곤 가정 위기지원 사업 경우 차상위계층 2천342가구가 대구시내 25개 복지관을 통해 도움을 호소했고, 가구별 생계비 60만원씩과 의료비 등 18억여원을 지원받았다.
대구시 8개 구 군별마다 연말까지 9천100만원을 지원하는 빈곤가정 한시지원 사업에도 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
동구 경우 생계비 및 의료비 지원 신청가구 수가 250가구를 넘어서고 있으나 지원 대상은 120가구 뿐. 사회복지과 서유숙씨는 "구청 내에 설치한 위기 가정 SOS 상담소와 각 동사무소에 신청 대기자들이 넘쳐나고 있으나 더 이상 지원할 돈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서구도 163가구가 지원을 신청했으나 대상에서 빠진 24가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 지 난감한 형편이다.
구청은 이달부터 접수도 중단한 상태여서 추가 신청자들은 발길을 돌리는 실정이다.
차상위계층 경우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대구 7만명)보다 생활이 나은 게 없다.
하지만 민간단체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빈곤가정 위기 지원 사업을 제외한 정부 지원이라곤 복권기금에서 조달한 위기가정 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이것도 '일회성'이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신철호 사무국장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장기 지원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주 차상위계층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차상위계층이란:명확한 정의는 없다.
사회복지계에선 통상 기초생활수급자의 생활 수준을 '100' 으로 보았을 때 100~120 범위내에 속한 층을 말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간의 생활 수준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획탐사팀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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