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포근한 12월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시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 소리가 들려온다.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모금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위해 분주하다.
이러한 때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기로 하자. 크리스마스란 말 그대로 그리스도의 날이다. 그리스도란 우리말로 구세주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독교 교회력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성탄절 직전 주일로부터 거꾸로 역산해서 네주일 전부터 대림절이라는 절기를 지킨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임재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신학적 용어로 예수 탄생을 성육신(成肉身)이라 한다. 육신을 입고 태어났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력의 기점은 바로 이 '성육신' 사건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원 전 또는 기원 후라는 표현은 바로 예수 탄생을 전후한 셈법이다. 2004년 전 중근동 유대땅 베들레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예수탄생에 관한 성서기사 특히 복음서의 기사는 참으로 흥미진진하며 숨막히게 하는 한편의 드라마이다.
예수 탄생에 관해 신약성서 복음서를 기록한 대표적 기자인 마태와 누가는 그 강조점을 달리하고 있다. 예수 탄생의 기사에서 마태기자는 예수의 아버지 요셉을 주역으로 등장시킨다. 마리아와 정혼한 요셉이 동거하기 전에 꿈에 천사가 나타나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두려워 말라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마태기자는 요셉이 이스라엘의 시조인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윗을 거치는 42대 손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태기자는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을 개입시킴으로써 예수가 요셉의 아들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독생자임을 체계화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마태는 기독교 최초의 신학자라 할 수 있다. 예수는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사이에 태어난 인간적 계보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 마리아가 하나님의 영, 즉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다.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으신 하나님이야말로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 교리의 요체이다.
이에 비해 누가기자는 어머니 마리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예수의 탄생을 사회운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누가기자의 기술에 따르면 예수를 수태한 마리아는 다음과 같이 하나님을 향해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 "계집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셨음이라.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도다."
장성한 예수가 본격적인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유대교의 회당에 가서 처음 읽은 경전도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고백했던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그것은 이사야 예언자가 이미 예수에 관해 예언한 글이기도 하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예수탄생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것이 크리스마스의 핵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가난과 질병, 구조적 폭력, 전쟁으로 인해 신음하는 이웃이 있다. 인간이 되신 하나님 그분이 바로 예수다. 아픔의 현장이 있는 그곳에 익명의 그리스도, 익명의 예수로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땅 작은 마을 베들레헴 그것도 따뜻한 방도 아닌 말구유에서 탄생했다는 점, 뭇사람들의 온갖 의구심을 받을 수도 있는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점은 무엇을 말하는가? 가장 높은 하나님이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였다는 기독교의 역설적 진리가 크리스마스의 신비이다.
이상점 광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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