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험교육-신라 과학 체험

방학이 되면 체험지를 많이 찾게 된다. 체험을 떠날 땐 막연하게 장소만을 고를 게 아니라 특정한 주제를 갖고 찾는다면 보다 알찬 학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선 경주가 필수 체험코스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신라인들의 과학 기술에 초점을 맞추면 주제가 뚜렷해져서 어디서 어떤 체험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체험팀은 경주의 첨성대와 석굴암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신라과학역사관의 권지협(33) 학예사를 만나 신라인들의 과학 기술에 얽힌 비밀을 벗겨보았다.

◇첨성대는 점성대

체험팀은 신라과학역사관에 들르기 전에 오릉에 있는 첨성대를 찾았다. 권지협 학예사의 말에 따르면 첨성대는 점을 치던 점성대였다. 별을 이용해 국가의 흥망성쇠와 자연의 변화를 점치던 곳이라는 것.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별 관측소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첨성대의 돌이나 단의 개수를 알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첨성대의 몸통 부분이 27단으로 구성된 것은 27대 선덕여왕을 의미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중간 입구(우리가 창문으로 알고 있는) 3단을 빼면 아래 위가 각각 12단이 된다. 모두 합하면 24단으로 일 년 24절기를 의미한다.

첨성대를 구성하는 돌의 개수가 365개냐 362개냐 하는 것은 논란거리였다. 일반적인 자료에는 365개로 표기되어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360여 개로만 나타나 모두 1년을 의미한다지만, 권 학예사는 정확하게 음력의 1년 평균 길이인 362개라고 했다.

첨성대의 아래가 네모나고 위가 둥근 것은 땅과 하늘을 의미하고, 지은 지 1천400년이 흘렀지만 무너지지 않는 비결은 첨성대의 내부가 흙으로 채워진 데다 계단 발판으로 이용하기 위해 장대석을 질러 놓은 것이 그 비결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성덕대왕신종의 비밀

첨성대를 나온 체험팀은 경주박물관 마당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을 찾았다. 일명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에 숨은 음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음관과 명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종 윗부분에 있는 용머리와 함께 직사각형 모양의 음관이 바로 독보적인 신라 종의 기술이다. 보통 종을 칠 때 외부 진동은 멀리 잘 전파되지만 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진동은 안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반사돼 잡음이 나게 되는데 종 위쪽의 음관은 이러한 잡음을 뽑아내는 음향 청소기의 역할을 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과학 기술이었다.

종 아랫부분의 움푹 파인 구덩이를 주목하는 것도 필수. 이른 바 명동이라고 해서 좋은 종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은은한 여음을 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대부분의 종들이 음의 주파수가 160hz인데 반해 성덕대왕신종은 477hz라고 하니 신종이 얼마나 맑고 큰 소리를 울리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은 맥놀이 현상이다. 맥놀이는 음이 한 번 커졌다 줄어드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 주기는 2.7초라고 한다. 사람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주기와 같다고 하는 설명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석굴암의 신비

석굴암의 비밀을 알려면 반드시 신라과학역사관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석굴암의 구조를 다양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모형들이 흥미를 더해 준다. 권 학예사는 "석굴암이 동굴이면서 습기가 차지 않은 것은 바닥으로 지하수를 흘려보내 온도 조절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석굴암 바닥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는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약수터로 확인할 수 있다.

석굴암에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은 지붕. 모두 108개의 돌이 지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돌을 쐐기돌이 서로 지탱하고 있다. 30t이나 되는 쐐기돌이 무려 30여 개나 있어 그 무게를 감당하는 기술이 바로 신라 과학 기술의 절정이라고 했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지붕 위의 돌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 모형을 통해 배우는 시간이 유익했다.

김경호(아이눈체험교육문화원장)

사진: 신라 과학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권지협 학예사로부터 석굴암의 구조에 대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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