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4. 재주 많은 원숭이와 문화의 코드는 절묘한 궁합이었다.
그런 갑신년(甲申年) 2004년이 닷새도 남지 않았다.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일들과 새로운 변화가 일었던 올해 지역의 공연·전시 무대를 이슈를 통해 돌아본다.
▨문학=2004년 대구문단은 원로 시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 슬픔과 함께 크고 작은 수상 소식과 간단없는 작품활동이 이어지는 등 정중동의 한해였다.
먼저 오랜 시간 대구에서 활동했던 시인 구상과 김춘수, 김천과 봉화에서 각각 요양 중이었던 윤태혁, 최우석 시인이 갑신년에 세상을 등졌다.
기쁜 소식도 있었다.
지난 2월 허정자(수필)가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했고, 7월에 신흥발(아동문학)이 '달려라 푸들아, 재우야'로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받았다.
김종윤(시조)은 금복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남용술 시인이 제7회 불교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가 이수남이 단편 '탈'로 국제펜 대구지역 문학상을, 박곤걸 시인이 국제펜 문학상을 받았다
박종해 시인은 '개불'로 대구시인협회상을, 서정윤 시인은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달서구 월광수변공원에서 권기호·이태수·도광의 시인을 비롯한 문인과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0년 타계한 전상렬 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박해수 대구문인협회 회장은 "다양한 문학행사와 함께 대구의 문학 잠재력과 작품의 질적 향상으로 나름대로 풍성한 한해였다"며 "이러한 잠재력과 활동상을 집약해 영구히 보존할 대구 문학인의 집과 창작인촌, 대구문학관 건립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음악=올 한해 대구 음악계 최대 이슈는 지난 10월 8일부터 11월 13일까지 열린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행사에 이탈리아 로마오페라단, 러시아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 국립, 대구시립, 구미, 디오페라단 등 6개 단체가 국내외 대표로 참가했다.
로마오페라단과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지역 합창계도 분주한 한해였다.
10월 6일부터 9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004 대한민국 창작합창축제'가 열렸으며 7월 20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는 한국, 일본, 홍콩 3개국 어린이 합창단이 출연하는 '월드비전 2004 세계어린이합창제'가 개최됐다.
음악 거장들의 대구 방문도 잇따랐다.
6월 세계 최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듀오 콘서트, 9월 정트리오 초청 연주회, 11월 피아니스트 서혜경 콘서트가 열렸다.
이밖에 대구문화재단 설립이 지역문화예술계의 새로운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설립을 위한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미술=경기침체로 미술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올해 대구화단은 사설 화랑이 늘어나는 반면 미술관 건립 추진은 답보상태를 보인 한해였다.
올해 새로 생긴 화랑은 10여 개가 넘어, 현재 대구시내 화랑 숫자는 60여 개에 달했다.
미술인들은 한편으로 화랑 증가를 환영하면서도 컬렉터들이 화랑 운영자로 변신하면서 정작 미술 구매자들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구미술협회 중심으로 추진되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추진운동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엔 미술관계자 3천200여 명으로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분관 유치서명'을 받고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관장으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받아내는 등 한때 활기를 띠었지만 대구시가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적극적 유치에 난색을 표해 내년에도 지역 미술계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뮤지컬=올해 신문 문화면을 가장 많이 장식한 단어 중 하나이다.
한동안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한 나머지 침체일로를 걷던 공연장들은 오랜만에 밀려드는 관객들로 인해 너도나도 즐거운 비명을 내질렀다.
뮤지컬은 그 시발점이었다.
올 초 '캣츠'를 시작으로 '캬바레', '브로드웨이 42번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외 뮤지컬들이 대거 지역 무대에 올랐다.
내년에도 '맘마미아' 등 여러 편의 뮤지컬 대작들이 대기 중이어서 그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연극=연극의 진정한 맛은 소극장 공연이다.
2004년 지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연극전용 소극장 개관이 잇따르면서 소극장 연극 붐을 일으키기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 12월에 분도예술기획(대표 윤순영)이 운영하는 70평 규모의 120석 객석을 갖춘 연극전용 소극장인 '떼아트르 분도'가 문을 열었다.
그 뒤를 이어 대구 연극계 1세대인 김현규씨가 남구 대명3동에 75평 규모의 연극전용 소극장을 마련,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또 30대 연극인들이 주축이 된 극단 마카(대표 최주환)도 동아쇼핑 뒤쪽 종로골목의 한 상가 지하건물을 리모델링해 마카 전용극장을 준비중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지역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올 한해 지역 극장가에서 최고의 화두는 멀티플렉스. 지난 2000년 7월 대구 도심에 6개의 스크린을 가진 극장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멀티플렉스는 2004년 지역 극장가를 완전히 평정했다.
대구극장, 자유1·2극장, 송죽극장, 제일극장 등 대형 단관극장들이 멀티플렉스의 화려한 네온사인 뒤로 사라지더니, 지난달에는 대구 영화관의 마지막 역사였던 아세아극장마저 폐관, 지역에서는 옛 형태가 살아 있는 영화관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구가 세계 최초로 멀티플렉스 100% 도시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 게다가 멀티플렉스는 그 세를 더욱 넓혀 오는 2006년에는 칠곡·성서·삼덕동에도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는 등 스크린 수가 100개를 넘기게 됐다.
▨대중음악=2004년에는 쉽게 만나기 힘든 국내·외 대형스타들의 공연이 대구에서 잇달아 열렸다.
세계적인 록그룹 '딥퍼플'이 사상 첫 국내 지방 공연으로 물꼬를 텄다.
3월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딥퍼플'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무대를 한껏 달궜다.
6월에는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3년 5개월 만에 대구를 찾아 대구체육관을 가득 메운 4천여 명의 팬들과 교감을 이뤄내며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했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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