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白手와 '학력 U턴'

이 지구촌에는 각양각색의 나라들이 있다. 선진국과 강대국, 부자 나라와 그 반대의 나라가 있으며, '기타 나라'도 있다. 누군가 이렇게 다섯 부류의 나라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부류에 들어가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진국이나 강대국은 아니다. 부자 나라도 아니지만, 가난한 나라라고도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기타 나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기관은 엄청나게 비대해져 있다. 바로 그게 문제다. 대학을 나와도 갈 데가 없는 나라다.

◇ 우리나라는 이 지구상 어느 곳에도 유례가 없을 만큼 치열하고 복잡한 대학 입시를 치르고 진학한다. 그러나 교육'입시 제도에 문제가 적지 않다. 대학들은 학창의 짧지 않은 세월과 막대한 교육비가 무색할 정도로 '고학력 백수'를 양산하는 형국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은 취향에 맞지 않고, 취업이나 사회 활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극심한 청년 실업난이 계속되면서 기술 전문직으로 전공을 바꾸는 대학 졸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고학력 백수들의 '학력 U턴'인 셈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기능사를 양성하는 전국 21개 직업 전문학교의 올 신입생 중 29%가 전문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다. 2000년의 5.3%, 2003년 13.2%, 지난해 18%에 비하면 갈수록 뛰어오르는 형편이다.

◇ 이런 사정은 전문대학과 기능대학 역시 비슷하다. 163개 기술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는 2년제 기능대학의 경우 전년보다 29.8%나 많은 161명의 고학력자들이 등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일 게다. 게다가 기업의 고용 구조 변화, 장기화된 청년 실업난 등이 이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하지만 진로 교육에 대한 인식이 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도 한다.

◇ 학벌보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간판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다시 새 길을 찾아 나서는 건 반길 일이다. 그러나 '하도 답답해서' 그런 행렬이 길어지는 결과를 부르고 있다면 분명 문제다. 대학 입시 제도나 교육 방향, '막무가내'식 대학 진학은 차제에 냉철하게 깊이 들여다봐야 할 사안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시험 점수에 따른 '줄 세우기'는 엄청난 낭비와 모순을 가져올 뿐이지 않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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