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몽상가들

"아니, 이래도 되는 거야?"

오랜만에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는 정말 경악할 일이다. 30, 40대 관객들이 격세지감을 느끼는 두 가지 에로틱 소식.

그 첫 번째는 노출의 정도. 예전에는 스크린에서 성기 노출은 생각도 못했다. '크라잉 게임'(1992년)이나 '부기 나이트'(1997년)는 남자 성기노출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표현을 위해서는 노출이 절대 필요했지만, 한국에서는 불가. 암전 처리를 통해 겨우 개봉 가능했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쁘레타 뽀르테'(1994년)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패션모델들이 완전 나신으로 무대에 돌아다니던 '단체 홀딱쇼'를 보여준 영화. '옷을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압축된 장면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자 모델의 중요 부분을 하트 모양으로 덧칠했다. 아주 진지한 장면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하트모양을 접한 한국 관객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는 이젠 옛일이다. 현재 극장에 개봉 중인 '몽상가들'(2003년)을 예로 들자. 이 영화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작품이다. 6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68혁명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적나라한 일상이 그려진 작품이다.

게임의 벌칙으로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거나, 서로 섹스하는 등 노출의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여자의 체모는 물론이고, 남자의 성기도 그대로 노출된다. 이렇게 그 큰 스크린에 그 '모습'이 그대로 구현되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정사와 관계없이 성기 노출을 허용하기도 했다.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다. 그러나 남녀 성기의 적나라한 노출과 혼음을 전면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밝혔다.

올 8월에는 또 한편의 화제작이 개봉된다. 그동안 파격적인 성묘사로 '수입추천 불가'까지 받았던 프랑스 영화 '권태'(1998년)다.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세드릭 칸 감독의 작품으로 17세 누드모델과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드는 40대 이혼남의 성적 충동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동안의 금기를 또 하나 깨뜨린다. 바로 '공격적 성애 묘사 불가'. 자연스런 노출과 사랑의 표현으로 정사를 나누는 것이 지금까지의 성적 표현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노출은 물론 공격적인 정사까지 담고 있다.

'체모가 보일락 말락' 하는 영화에도 온갖 촉각을 곤두세웠던 과거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일이다. 그럼에도 놀랄 일은 손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몽상가들'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이후 30년 만에 파리에서 영화를 찍은 거장의 작품임이지만 극장 안은 한산한 편이다. 거장이 캐스팅한 20대 꽃 미남, 꽃 미녀가 스크린 가득 '금기된 그 물건'을 보여줌에도, 관객은 노출보다 거장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온 몇몇 마니아들뿐이다.

'팻걸'이나 '영아담'도 마찬가지였다. '영아담'은 배우 이완 맥그리거의 성기가 직접 노출되는 영화로, 어느 정도 흥행은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언뜻 보이는 체모 한 가닥만으로도 짜릿함을 느끼던 그때와는 판이하다. 노출이 이젠 흥행의 키워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 노출이 민망해 기피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화려'(?)하기 때문일까. 영화 속 노출보다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것이 현실인데…언뜻 보이는 체모 한 가닥에 온갖 시선을 모았던 일은 이제 '추억속의 에피소드'가 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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