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 중독도 병이다"

회사원 김모(45)씨는 마라톤 경력 5년째인 '마라톤 광'이다. 한해 3번 이상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하지만 허리, 어깨, 무릎, 발목 등의 통증으로 수시로 병원을 찾는다. 지난 17일에도 통증을 무시한 채 하프코스를 달리고 난 뒤 발목이 아파 치료를 받았다.

웰빙바람 속에 '운동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마라톤 애호가인 이모(35)씨는 운동을 한 이후 대퇴부에 통증이 생겨서 지난 2월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체중에 비해 허벅지 근육이 약해 대퇴부 힘줄에 염증이 생긴 것. 그럼에도 그는 2개월 동안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고 마라톤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운동중독은 여성도 마찬가지. 에어로빅이나 근력운동을 과다하게 하는 바람에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업주부 최모(50)씨는 헬스클럽에서 1년 가까이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허리, 무릎, 고관절을 다쳐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운동을 중단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치료 중에도 몰래 운동을 할 정도로 심각한 운동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 중구 ㄷ재활의학과 운동치료팀은 "운동 동호회 회원 10명 가운데 2명 정도가 운동 손상을 입을 정도이다"며 "운동을 하면 몸이 풀리고, 일시적으로 통증을 잊게 되기 때문에 몸에 문제가 있는데도 운동을 계속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체육학회지(2003년)에 보고된 단국대 강신욱 교수 논문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가자 1천121명을 대상으로 운동 행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7.4%가 운동중독자로 나타났다. 본인 스스로 운동중독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1.4%였다.

최창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인체 사용으로 몸에 손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통증을 무시하고 운동을 계속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중독 왜 생기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마치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의식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 진통제 역할을 하는 베타 엔도르핀이 증가하기 때문. 베타 엔도르핀 외에도 다양한 체내 마약성 물질들이 증가한다. 운동중독은 이 같은 물질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를 경험할 경우, 이런 희열을 다시 느끼기 위해 운동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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