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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스승의 날 불러보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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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으로 평생을 교직에 몸 바치셨던 대구 교육계의 큰 별 김규련 교장 선생님께서 지난 3월 8일 영면하셨다.

평소 신앙 생활의 터전으로 삼으셨던 계산성당에서 몇 분 친척과 지인들의 배웅을 받으시며 쓸쓸히 세상을 떠나셨다.

그분과 함께 근무했던 3년을 돌이켜 보면 그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교육'에 힘쓰셨다고 할 수 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이요, 그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개성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학급의 학생 하나하나를 개성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존중할 때 학생의 건전한 자아개념은 형성된다.

이러한 자아개념을 바탕으로 신념 있는 인간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 그분의 지론이셨다.

한 존재의 향기와 빛깔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존재에 대한 축복이다.

교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자의 이름을 불러 그의 현재와 미래에 축복을 내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분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교정에 돌 한 개를 놓으실 때도 학생들의 정서적 효과를 고심하시던 선생님, 그분만큼 많은 어린이들의 이름을 외우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실까? 그분과 함께 근무하셨던 많은 분들은 사랑과 청렴을 실천하시던 그분의 일화를 잊지 못한다.

교대부국 재직시 담임했던 한 불우 학생은 선생의 따스한 사랑으로 올바르게 자라나 구둣방 주인이 되었고 옛 담임의 사랑을 잊지 않고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장실을 찾아 상의하면서 사제동행하였다.

만촌초교 재임 때는 화상으로 목발을 짚고 학교에 다니던 학생의 다리 수술을 주선하셨고, 대성초교 재임 때는 가정환경이 빈곤한 제자의 대학 등록금을 2년 동안 대주셨다.

월급을 쪼개어 한국 SOS어린이마을재단, 한국어린이재단성보원, 음성나환자촌 후원비를 내시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신은 비좁은 서민아파트에서 언제나 수수한 차림으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해 오셨으며, 당신의 회갑일조차 가까운 동료들에게까지도 알리지 않으셨다.

말년에 뇌수술 후 합병증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셔야만 했을 때 어쩌다가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찾아가면 반가움에 잡은 손을 놓지 못하시던 선생님, 40여 년 넘는 교직 생활에서 동료와 제자에게 베푸신 것에 비하면 너무나 쓸쓸히 우리 곁을 떠나셨던 선생님을 스승의 날에 다시 한 번 간곡히 불러보며 바르게 걸어오신 그 삶의 향기에 젖어 본다.

권점출(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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