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대구 관문부터 바꾸자

종전에는 대구와 서울을 오갈 때 주로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KTX가 개통된 이후로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KTX를 이용한다.

실제로 서울~대구 구간 수송 분담률에 있어서 KTX가 61%를 차지하고 통행량도 24%로 급증했다고 하니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KTX를 이용할 때마다 늘 느끼는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국제도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고층빌딩 숲이 어우러진 서울 관문과 달리 대구 도심으로 진입하면서부터 슬레이트 지붕이 얼기설기 뒤엉킨 지저분한 공단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명색이 대구 관문인데 고향 사람 눈에도 일그러진 모습이 외지인이나 외국인의 첫 인상에는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

따지고 보면 메트로폴리탄 도시인 대구 도심에 재래식 공단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도심 외곽에 달성 2차와 성서 4차 지방산업단지, 옛 삼성상용차 부지 등이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고 개발에 들어갔지만 그런대로 제 기능을 하는 대구염색공단을 제외한 3공단, 검단공단, 서대구공단 등은 종합적인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공단은 계획화된 산업단지가 아니라 일반공업지역으로 도시계획법에 의해 조성된 공단이다.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대형공장이 사라진 자리에 소규모 토지분할이 이루어져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업종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등 이미 공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또한 주차시설, 녹지공간 부족 등 기반시설이 낙후되어 주변 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다.

그러나 3공단, 서대구공단의 경우 도심과 인접해 유휴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양호하여 물류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인근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인력도 확보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어 도시형 첨단산업과 주거단지, 상업단지가 공존하는 복합단지로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960~1970년대 한국 경제 발전의 일등공신이자 수출 중심지였던 서울 구로공단은 지금 어떻게 바뀌어 있는가? 시커먼 굴뚝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와 칙칙한 건물,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차림의 근로자들을 상상하는 사람들은 깔끔한 외관의 아파트형 공장, 굴뚝이 필요 없는 첨단고도산업,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회사원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54만 평에 이미 개발된 1·2·3단지에는 23개의 아파트형 공장이 첨단 빌딩으로 지어졌고 앞으로도 39개가 더 건설될 예정이며 한 건물당 50~100개가 넘는 업체가 입주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은 호텔, 공원 등으로 말끔히 정비되어 쾌적한 일터로 변신하였고 입주업체 중 전기·전자·컴퓨터·디자인 등 첨단업체가 2천300여 개로 전체의 80%를 상회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지난해 생산액은 5조1천여억 원, 고용은 4만3천여 명에 이른다.

최근 대구 북구청에서 3공단을 아파트형 공장으로 변신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구시는 1997년 발표했던 주거지역 전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은 등록세·취득세가 100% 면제되고 재산세·종합토지세가 감면되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가 지식기반화하면서 도심인력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에 있는 지방산업단지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화 사업'에 포함시켜야 하며 구체적으로 3공단을 경북대와 칠곡, 구미와 연계한 '초광역 모바일 혁신클러스터'로, 서대구공단을 '섬유패션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 공단은 재개발에 따르는 높은 지가와 기존 입주업체의 시설이전에 따른 이주비 등 산적한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처럼 개발회사(Developer)를 활용하거나 BTL방식을 도입한다면 대구시는 큰 재정부담 없이 도심에 가장 매력적인 첨단산업단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며 대기업, 외국기업 유치에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한 도시의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대구가 역동적인 국제도시로 거듭나려면 우선 관문부터 바꾸자.김만제 낙동경제포럼·산학경영기술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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