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속으로-운행 5주년 맞은 대구시티투어

"매력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대구시티투어'가 이달로 운행 5년을 맞았다. 그 동안 운행횟수 4천300여 회에 이용객만 12만4천여 명이다. 팔공산 동화사, 갓바위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곳부터 토박이 시민도 생소한 곳까지 발굴, 소중한 향토 명소를 알리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시티투어가 안은 숙제도 만만찮다. 멀리 수도권 손님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손님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볼거리가 부족하다' '주말, 성수기에는 이용이 불편하다'는 등의 지적이다.

△"아는 만큼 보여요"="유명한 서고 내부를 꼭 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네요."

뙤약볕이 내리쬐던 14일 낮.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달성군 남평문씨 본리세거지(인흥마을)를 둘러보던 박삼달(71·경북 영천)씨는 때마침 열쇠가 없어 '인수문고' 안을 볼 수 없게 되자 안타까움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박씨는 이날 밀양박씨 청풍당공(公)파 일가 20여 명과 전국의 전통마을을 순례하던 중 이곳 문중문고의 보존상태가 최고라는 얘기를 듣고 찾게 됐다는 것.

섭섭함도 잠시. 60, 70대의 할아버지들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 이끌려 낮은 기와가 이어진 동네 토담길과 세월의 손때가 묻은 이곳저곳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동네를 둘러싼 산과 하천을 둘러보면서 저마다 명당자리라고 한마디씩 했다.

박용득(60·북구 산격동)씨는 "저렴한 가격에 대구 명소를 찾아보는데는 시티투어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30여 분을 돌아본 이들의 다음 예정지는 '현풍곽씨 십이정려각'과 '도동서원'. 일행들은 버스에서 다음 방문지에 대한 유래를 들으며 "유명하다는 현풍 곰탕을 먹자"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중국어를 전공한 가이드 김정연(25·여)씨는 "주5일근무제 시행 이후 가족단위 승객이 늘고 있다"며 "호기심에 가득찬 손님들의 표정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웃었다.

△새 명소 발굴이 과제=동행한 관광정보센터 이형동 담당은 "여름방학과 봄, 가을 행락철에는 37명 정원 버스에 예약자만 600~700여 명이 몰려올 정도로 큰 인기다"고 말했다.

센터 측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시티투어를 이용한 이용객은 모두 3만1천여 명으로 2003년 2만6천여 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이었다. 탑승률도 평균 90%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부터 '대기예약제'를 실시한 덕에 취소자가 생기면 차순위 대기자가 버스를 탈 수 있다. 이용요금(성인 3천 원)도 저렴하다.

그러나 볼거리가 뻔하다는 불만은 5년째 풀지 못한 숙제다. 팔공산 동화사, 갓바위, 비슬산 자연휴양림 정도를 제외하면 마땅히 가볼 곳이 한정돼 있다.

대구시티투어가 대구권만 돌 수 있는 '한정면허' 방식이라는 점 이외에도 문화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관리·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내놓고 소개하기 부끄러운 곳이 많다.

관계자는 "팔공산 자락의 제2석굴암이나 가산산성, 성주, 고령 인근의 명소도 대구권이 아니어서 시티투어 버스가 갈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관광협회에서 경북 일원을 찾아가는 '근교권 투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2만5천 원(성인 기준)을 내고 갈 대구시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

소극적인 관광인프라도 아쉽다. 이형동씨는 "대구권만 해도 숨겨진 명소들이 즐비하다"며 "그러나 길이 좁아 버스가 들어가기 어렵거나 정돈조차 되지 않아 손님을 안내했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릴 만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구시티투어만의 매력은?=시티투어(www.daegutour.or.kr)를 운영 중인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사장 이현희)은 대구시와 1차적인 요금 인상 협의를 거쳤다. 오는 9월쯤 성인 기준 5천 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운영 비용이 1인당 1만2천~3천 원에 달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서울, 부산처럼 관광객들을 명승지마다 내려주고 떠나는 '순환식' 운영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 모집해 이동 장소마다 해설이나 가이드 기능을 확충한 방식도 강점이다.

제갈상호 대구관광정보센터장은 "취약한 관광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티투어는 타 도시와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인력보강 등 시 지원만 있으면 현재보다 이용객이 훨씬 늘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운영 5년을 맞은 대구시티투어가 취약한 관광기반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관광홍보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14일 낮 달성군 인흥마을을 찾은 이용객들.

박노익 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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