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있는 나들이-기암괴석'울산 대왕암 공원'

'평범한 나들이는 싫다. 뭔가 색다른 곳. 거기다 먹는 즐거움까지 있다면 여행의 재미가 더할 텐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대왕암공원(울산시 동구 일산동)을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 대구에서 2시간 거리인 울산. 도로를 따라 대규모 공장건물이 늘어서 있는 공업도시 안에 아름다운 해변공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늘을 찌를 듯한 울창한 소나무 숲과 등대, 천혜의 절경을 이루는 바다의 기암괴석, 그리고 해녀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곳. 낭만을 찾아 연인끼리, 더위를 식히러 가족끼리 찾는 이유는 저마다 달라도 즐거움은 기대 이상이다.

대왕암공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면 좁은 길 양쪽으로 늘어선 식당과 간단한 놀이시설들이 여느 소박한 유원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잠시 실망할 겨를도 없이 이내 감탄사가 터진다. 28만평에 달하는 공원은 100여 년 된 1만5천여 그루의 소나무 숲으로 장관을 이룬다. 공원 입구에서 등대까지 송림이 우거진 600m 산책로는 폭신한 흙 길과 자잘한 자갈 길이 나란히 있어 느낌대로 골라 걷기 좋다. 이 길은 봄이면 아름다운 꽃들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또 다른 낭만을 연출한다.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다람쥐도 신기한 구경거리.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 울기항로표지관리소가 보인다. 동해의 길잡이를 하는 울기등대가 있는 곳. 1906년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세워진 구등탑과 1987년에 세워진 신등탑, 항로 표지·선박의 역사 등을 보여주는 홍보관, 전망대 등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훌륭하다. 이곳에는 일반인들이 무료로 묵을 수 있는 휴양시설인 '송죽당'과 창작활동이나 동아리 모임장소로 제공되는 '문인의 방'도 있다.

등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탁 트인 해안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부서지는 파도 위로 솟아오른 기암괴석들. 남근바위, 탕건바위, 자살바위…. 희귀한 모양의 바위들을 지나 철교를 건너면 바로 대왕암이다. 신라 문무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고자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으로 바다에 잠겼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대왕암. 우리나라에서 울주군 간절곶과 함께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남단에서 동해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지점. 울퉁불퉁한 바위 해변 옆으로 500m 가량 펼쳐진 몽돌밭도 운치를 더해준다.

'천년만년 죽을 때까지 사랑하자', '끝없는 하루. 여기부터 시작이다. 파이팅!'…. 모두들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철교 위에 남겨진 낙서 자국들도 애교로 봐줄 만하다.

이곳의 또 한가지 명물은 해녀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 해변에서 해녀들이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맛이 일품이다. 소주 한 잔 걸쳐도 좀체 술이 취할 것 같지 않다.

글: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 여행 메모-대왕암공원으로 가는 길은 수월하다. 대구에서 경주를 거쳐 울산으로 들어가 방어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대왕암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울기항로표지관리소(052-251-2125)는 매주 월요일 휴관. 하절기에는 오전 10시∼오후 6시 개방한다. 물때가 좋지 않은 날은 해녀들이 아예 물에 들어가지 않아 구경하기 어렵다. 대왕암공원 바로 옆에 있는 일산해수욕장은 1㎞ 펼쳐진 반달형의 백사장과 수질이 깨끗해 가족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하루 정도 묵으며 화암추등대, 주전봉수대 등 주변 관광지까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울산시 관광과 052)299-3852,

◇ 맛집-해녀의 집

"해삼만 해도 하루에 30, 40㎏씩 잡아 올려요. 물때가 있지만 음력 7, 8월엔 물 속이 환하게 밝아 언제든지 소라, 전복 등을 채취하기가 좋아요."

대왕암공원 입구에 자리한 식당 '해녀의 집'(052-232-3334). 외관상 여느 횟집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30여년 경력의 해녀 이경화(50)씨가 직접 채취한 싱싱한 뿔소라, 전복, 멍게, 해삼, 성게 등 자연산 해산물과 돌미역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대왕암 지역은 주변에 생활시설이 없고 수질이 좋아 전복 양식장이 있는 곳입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이규(49)씨는 "울산시에서 하수종말처리시설을 하고 나들이객들의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으로 수질이 좋아진데다가 생활 오폐수가 흘러 들어가지 않는 대왕암 지역은 전복도 최상급 입찰가격으로 수출될 정도로 해산물의 질이 좋다"고 했다.

이 식당에서 특허를 낸 '해삼무침'은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삼과 각종 야채를 새콤달콤하게 무친 요리로 담백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이곳에서는 활어류를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해 내놓고 있지만, 가격 차이가 1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 요즘 제철인 싱싱한 가자미 회 맛도 볼 수 있다. 우럭 등을 넣어 끓인 매운탕(2만5천 원)도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좋은데다 어른 3명이 먹을 정도로 양도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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