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금 운용 짧아졌다

즉시 투자위해 자금 5~30% 단기운용 경향

1억 원 이상의 현금 자산을 지니고 있는 이정수(54·가명)씨는 이 중 3천여만 원을 은행의 3개월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나눠 넣어두고 있다. 3개월제 정기예금은 3개월 만기 후 찾을 수 있고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머니마켓펀드는 원할 경우 언제든지 빼서 새로운 투자처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리가 얼마되지 않지만 투자 수익이 괜찮은 부동산 물건이나 펀드 상품 등이 나오면 즉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해두자는 것. 은행이나 증권사 담당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형태의 자금 운용을 권하고 있고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면 연락, 단기 자금을 빼내 가입하도록 권하고 있다.

▲자금 단기부동화현상 심화=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실물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현재 은행과 종금사, 투신사 등 금융기관의 6개월 미만 단기수신액은 410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의 398조 원에 비해 12조2천억 원, 2003년 말의 381조3천억 원보다는 28조9천억 원이 늘어났다.

4월말 현재 금융기관 총수신액이 811조5천억 원이므로 단기수신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으며 2003년말 금융기관 총수신액(782조6천억 원)보다 28조9천억 원이 증가, 총수신액의 증가 규모가 단기수신에 집중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기준 MMF 수신고가 396억 원이었으나 6개월만인 올 6월말 현재 1천992억 원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비해 5월말 현재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18조8천201억 원으로 2001년 1월의 17조5천866억 원 이후 4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유자금의 5~30%를 단기자금으로 운용한다=지역 은행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저금리가 심화된 지난해 10월부터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며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자금 운용 흐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통상 보유자금 10억 원대 이상의 거액 자산가는 5~10% 정도, 1~3억 원대 이상의 자산가는 20~30%, 2~5천만 원선인 봉급생활자나 서민들은 10~20% 정도를 3개월제 정기예금이나 MMF 등 단기성 상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또 사업체 법인들도 투자 대상이 마땅치 않자 단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뒤 단기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고층아파트 건립과 관련, 건설사에 매입된 단독주택 시세가 4~5배 이상 오르면서 보유 자금이 크게 늘어난 이들이나 2003년 말 월성의 공장지역이 대단위 아파트로 바뀌면서 3배 이상의 보상금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가 보유자금의 일부를 유동성 자금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 목적 자금 많아 부작용 우려=이처럼 단기 부동성자금이 많아지면서 최근 수도권과 대구, 창원 등지로 부동자금이 쏠려 부동산 투기과열현상을 빚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 경제 흐름에 부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단기 부동성자금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투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1가구3주택 양도세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각종 부동산 과열 진정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8월에 강력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돼있어 단기부동성 위주의 자금 흐름이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정기예·적금에 1년 이상 가입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은행 금리보다 높은 금융상품이 다양하게, 자주 출시되는 만큼 이를 겨냥하는 단기부동성자금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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