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나'는 할머니와 함께 피란을 나섰지만 도중에 인민군을 만나 겁에 질린 채 다시 돌아온다. 이튿날 '나'는 길거리에서 명선이라는 남자아이 같이 생긴 아이를 발견한다.
그 아이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온다. 얼떨결에 집으로 데려갔는데 어머니께서 나를 구박한다. 하지만 명선이가 내놓는 금반지 하나를 받고 어머니의 태도는 금세 변해 우리집에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명선이를 내쫓을 궁리를 하고 그 기미를 눈치챈 명선이 다시 하나의 반지를 내민다. 부모님은 명선에게 반지의 출처를 추궁하다 몸까지 뒤지려 한다. 그러자 명선이 집을 나가 그 다음 날 벌거벗은 채로 당산 숲에서 발견된다.
명선이가 여자임이 밝혀지고, 그녀 목에 걸려 있던 개패를 통해 그녀가 부잣집 외동딸이며, 제 먹을 것은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명선을 넘보지 못하게 했다. 그 후 '나'의 집에 함께 살게 된다.
'나'와 명선이는 무너져 내리다 만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들꽃을 발견한다. 명선이 그 들꽃을 보고 좋아하고, 나는 그 꽃의 이름을 '쥐바라숭꽃'이라 이름 짓지만, 그 꽃은 떨어져 버린다.
며칠 뒤 다시 부러진 다리 난간 위에서 놀고 있을 때 호주기 편대가 지나가고 그 소리에 놀라 명선이 다리에서 들꽃처럼 떨어져 죽는다. '나'는 다리 난간 끝에서 명선이의 금반지 주머니를 발견하고 놀라 떨어뜨린다.
윤흥길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덕화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도형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인 '기억 속의 들꽃'을 읽고 궁금한 점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기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선생님의 작품에는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저는 글을 읽으면서 제가 그 시절 만경강 부근 마을에서 살아가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습니다. 그것 외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더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작품에서 '나'와 '누나'가 피란을 갈 때 만난 군인들은 왜 아무 말 없이 지나갔을까요? 그 부분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수적으로도 우세하고 무기까지 있었는데도 퀭한 눈으로 흘낏거리며 곁눈질만 할 뿐 아무도 시비하지 않았죠. 그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전쟁을 위해 싸워야만 한다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었을까요? 제가 그 군인이었다면 어떻게든 도망쳤을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단지 한 사람의 욕망을 위해 바칠 수는 없잖아요?
또 명선이의 숙부가 명선이를 죽이려고 했다는 부분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사람이 혈육을 죽일 만큼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명선이가 가지고 있는 금반지가 상당히 필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돈 욕심이 혈육의 목숨을 앗을 만큼 크게 작용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인간의 탐욕이 전쟁 때문에 더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숙부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 작품 속에서 아직 살아간다는 게 뭔지 알 나이가 아닌, 부모님 곁에서 웃어야 할 나이의 아이가 살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전쟁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거기다가 어린아이가 비행기 소리에 놀라 익사하는 상황은 비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소설은 저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되는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욕망을 위해서든 나라를 위해서든 종교 문제이든 간에 말입니다.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2005년 7월 6일
덕화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도형 올림
지난 7월 ○○일 만경강 부근 ○○마을 당산 숲의 한 나무에서 한 소녀가 벌거벗은 채 소리를 질러 동네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이 마을 '나'의 집에 머물고 있던 피란민 고아인 '명선'(12)양. 그녀는 인민군이 마을로 들어온 다음 날 나타나 금반지를 하나 주고 '나'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가 머슴애들과 싸워 이기고 머슴애처럼 행동하여 가족과 동네 사람들은 당연히 사내인 줄 알고 지냈다.
시간이 흘러 금반지 값이 다 되었다고 생각한 '나'의 부모가 구박을 심하게 하자 다시 금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에 그녀에게 금반지가 더 있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금반지의 출처에 대해 추궁을 계속하자, 그녀는 집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일 당산 숲에서 벌거벗은 채 발견된 것이다.
그 때 명선이 여자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녀의 목에서 발견된 개패를 통해 그녀가 서울의 부유한 집 외동딸로 제 먹을 것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부모가 동네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손도 못 대게하고, 그녀를 데려오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명선이 여자였다는 사실에 동네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였다. 어린 아이가 남자인 척을 하여 살아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어찌 알고 그렇게 행동하였는지? 그리고 전쟁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모두들 가슴 아프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전쟁의 참혹함과 메말라 가는 인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김선정기자(2학년)
지난 7월 ○○일 오후 6시경 비행기 폭음에 놀란 한 소녀가 부서진 만경강 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그 소녀는 마을에 살던 M양이다. M양과 함께 놀던 '나'의 증언에 의하면, M양은 부서진 만경강 다리 끝에 누가 더 높이 멀리 가는가 하는 놀이를 자주 했었다고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철근에 위태롭게 매달려 곡예 수준의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후 푸른 하늘을 질러 하얗게 호주기편대가 지나갔고 그 폭음에 놀라 '나'는 철근 사이에서 들리는 비명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M양은 피란길에 폭탄이 떨어져 부모를 잃었다. 가족들 가까운 곳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그때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M양의 몸위로 어머니의 커다란 몸뚱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전신을 무겁게 덮어 누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별히 M양은 비행기 폭음을 무서워했다.
'나'가 정신을 차리고,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난 다리로 끌어내렸을 때 M양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고 한다.이 사건은 전쟁이 한 아이의 삶을 파괴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손명희기자(2학년)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