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아침 일찍 뒤셀도르프로 향했다. 뒤셀도르프 구시가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바(ba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바가 길어서가 아니라 먹고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가보니 거리 곳곳마다 카페, 레스토랑, 바가 길 양쪽으로 쭉 줄지어 있다. 지나가는 길에 에스프레소 한잔하려고 카페 한 곳에 들렀더니 사장으로 보이는 뚱뚱한 아저씨가 일본사람이냐 묻는다. 크게 부정했더니 한국사람이냐고 또 묻네. 그제서야 크게 웃으며 대답을 해줬다. 우리나라에선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독하다고 그러는데 사실 커피 최고의 맛은 단연 에스프레소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간 곳이 맥주집이다. 할 수 없이 낮부터 맥주를 시키니 나무통에서 보리차 색깔의 진한 맥주가 나온다. 맛은 단맛이 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둔켈스(Dunkles)보다는 순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은 계속 입안과 코를 맴돈다.
점심 시간임에도 밥먹는 사람보다 맥주 마시는 사람이 더 많다. 밥먹는 사람들조차도 거의 맥주 한잔을 손에 들고 있다. 직원들도 단골 손님이 시켜준 맥주를 같이 마시면서 일을 한다. 참 대단해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진다. 우산이 없어 비가 올까 얼른 나섰다. 가다보니 더 큰일이 생겼다. 비보다도 화장실이 더 급해졌다. 지도를 보니 기차역까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찾아갔다. 그러나 문제가 바로 해결된 게 아니다. 기차역 화장실은 유료이기 때문에 돈이 든다. 다음 행선지인 쾰른으로 가는 기차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얼마되지 않아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좌석을 잡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기다렸다 기차가 출발하는 동시에 화장실로 직행. 왜 타자마자 곧바로 화장실을 안 갔냐고? 대부분 기차의 화장실은 밑으로 바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정차할 때는 화장실 사용을 자제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흐흐!
'쾰시'란 맥주를 자체 양조하는 맥주홀을 찾아갔다. 역 앞에 유명한 쾰른대성당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지만 나의 목적지가 아니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맥주홀을 가보니 뒤셀도르프에서 갔던 맥주홀보다 훨씬 사람이 많다. 맥주홀의 인테리어는 마치 거리처럼 구분되어 있다. 맥주만 마시는 곳, 음식과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 그 외에도 여러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인테리어도 상당히 고풍적이다. 2005년이지만 분위기는 중세라고 할까. 쾰른은 뮌헨만큼이나 맥주양조장이 많다. 20여 곳이 된다고 하니 맥주의 종류도 20여 가지가 넘지 않을까. 너무 부럽다.
쾰시를 마지막으로 나의 유럽 취중여행기는 저물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무척 아쉽다. 3주 정도의 일정에 많은 주류를 접했지만 아직 맛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다. 하기야 독일만 하더라도 하루에 맥주를 한 가지씩만 먹어도 9, 10년이 걸릴 터이니. 소시지와 맥주로 점심을 하고나니 배가 든든하다. 이제 숙소로 컴백. 쾰른에 와서 성당도 안 보고 가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절대로 책에서 유명하다고 가지 마라. 후회를 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곳을 가보는 게 더 많이 남는다.
김상규(대구대 특수교육학과 3학년)
사진: 1. 자체 제조한 맥주'쾰시'를 파는 쾰른의 한 맥주홀. 인테리어가 상당히 고풍적이다. 2. 프랑크푸르트의 명물인 아펠바인과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3. 라인강변의 뒤셀도르프 구시가의 모습. '세계에서 가장 긴 바(bar)'라는 별명을 붙어 있다.
★다음주부터는 유럽여행 독자이벤트의 마지막 선발자 정영애(20·여·대구 수성구 범어1동)씨의 '동화 속 유럽여행'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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