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및 주상복합 난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수성구 수성, 범어, 황금, 만촌, 시지 일대.
대구의 교육 1번지로 불리지만 학교 부족사태라는 '속병'을 앓고 있다. 왜 이들 초등학생들이 '콩나물 시루' 교육을 받아야 할까.
◇얼마나 짓나
취재팀이 분석한 수성구의 아파트.주상복합 건설 및 추진 현황에 따르면 모두 113개 현장, 4만가구에 이른다. 이 중 수성동 23개, 범어동 37개, 만촌동 10개, 시지 25개, 황금동 3개 등 이 일대에만 98개 현장이 몰려 있다.
업계는 대구에서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설 시행사들의 경우 300개가 넘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성구에 몰려 실제 수성구의 아파트.주상복합 추진 가구는 5만가구를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4만 가구 기준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거나 사업 승인을 받아 건설중인 현장은 45개, 1만5천가구이며 68개 현장 2만 5천여가구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교실 부족과 과밀학급
업계는 4만 가구 중 절반은 교육청과 초등학생 수용 계획을 협의했거나 협의중인 것으로 파악했으며 나머지 2만 가구는 대구시 교육청과의 학교 수용 계획을 준비중이라는 것.
교육청에 따르면 수성구의 초교는 29개교, 1천12학급. 학생 수는 3만6천58명으로 학급 당 평균 인원은 35.6명이다. 이 수치로만 보면 정부가 권장하는 학급 당 적정 인원(35명)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파트 및 주상복합 난개발이 봇물을 이루는 수성구 초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특히 수성, 범어, 만촌, 시지, 황금동 일대는 학생 수용 여력이 별로 없거나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섰다.
실제 20개 이상의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는 수성동의 경우 9천315가구가 대구시교육청 수용 협의 대상에 올랐지만 교육청은 학생 포화에 따라 60%가 넘는 5천704가구에 대해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따라서 수성동은 현재 학교 지을 땅이 없어 시행사들이 공동으로 신축 학교 부지를 내 놓지 않는 한 사업을 포기해야할 처지다.
4천256가구 규모의 황금주공아파트 재개발 단지내 초교도 현재는 15학급, 418명에 불과하지만 입주를 시작하는 2006년 8월 이후엔 54학급 1천59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초교는 이달부터 14실 규모의 증축 공사에 들어가지만 워낙 대규모 단지라 원만한 학생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또 시지 신매동의 한 초교는 지난 한 해에만 인근에 2개의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216명이나 늘었고 학급당 평균 인원도 39.2명까지 치솟았다.
수성구 초교들은 평균 500~1천500명의 전교생에 학급당 30~36명을 수용하고 있지만 아파트 개발 홍수속의 신매, 매호동 초교들은 전교생만 2천명이 넘고 학급 당 평균 인원도 39~40명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과밀 현상으로 인한 교실 부족 문제 또한 심각하다.아파트단지가 입주하면서 2년전보다 10학급 이상 늘어난 만촌동의 한 초교는 특별활동 교실이 아예 없다. 학교 관계자는 "제 7차 교육 과정은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학생들로 일반 교실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현재 수성, 황금, 만촌, 시지, 범어동 일대가 교실 부족 및 과밀 학급으로 학생 수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당국, 시행사의 특단이 없는 한 향후 3만여가구에서 발생하는 초등학생들은 이 일대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나
일단 '무조건 짓고 보자'식의 난개발 때문. 수성구에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을 지어야만 분양이 되자 시행사들이 수성구의 단독주택까지 삭쓸이 걷어내면서 마구잡이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결국 교실과 신축할 학교 부지, 즉 공급은 극히 적은 상황에서 아파트 개발에 따른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구시와 교육청의 '엇박자 행정'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지역 대학 한 교수는 "대구시의 경우 도시계획을 짤 때 구별, 용도별, 지구단위별 정확한 학생 수요 변화를 예측, 학교 부지를 미리 지정하는 등의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현실과 계획이 따로 노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실제 수성구 두산동의 옛 명선초등학교 부지의 경우 대구시는 지난 1999년 부지 인근 지역이 전용주거지역이서 학생들이 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공원지역으로 묶었으나 최근 인근 아파트 개발로 초등학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교육청은 현재 대구시에 공원지역으로 묶인 4천여평의 땅을 풀어 학교를 신축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또 민간 시행사가 교육청에 사업 계획을 내면 교육청은 그때서야 학생 수용 협의를 시작하며 대구시도 교육청이 학생 수용 계획을 세우면 사업승인을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이 벌어지면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라는 것.
◇대책은?
교육청은 시지 일대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3개 초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 1일 개교하는 시지의 동노변초등학교에만 23학급, 700명의 과밀 학교 학생들이 전학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매호동, 사월지구내 신설 초교의 경우 재원 마련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절반 가까이 부지를 매입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교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난개발이 되풀이 될 경우 여전히 과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며 "교실 당 학급 수를 줄이고, 드넓은 운동장을 학보해야 하는 현 교육 행정의 큰 틀을 지키기 위해선 민간 사업자의 난개발을 막는 강력한 억제책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아파트 개발이 몰려 학생 수용이 안되면 아파트 개발 자체를 막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거나 아파트를 짓는 시행사들이 공동으로 학교 부지를 마련, 학생 수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 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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