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홍보방송 공사 설립되나

해외에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TV방송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형태의 공사로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25일 방송계에 따르면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의 해외방송 부문을 통합한 형태의 공사 설립이나 현재 민법상 재단법인인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아리랑국제방송을 공사화하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윤원호 의원(열린우리당) 측은 해외홍보방송을 공사화 하는 법안을 다음달 국정감사 전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리랑국제방송이 공사화된다면 소관 부처가 문화관광부에서 방송위원회로 넘어가야 한다는 점과 KBS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에 공사 설립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국제방송 현황과 문제점 = 현재 국책 홍보방송은 TV방송의 경우 아리랑국제방송이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으로 제작하며 위성과 케이블을 통해 188개국 5천200만 수신가구를 확보하고 있다.

또 라디오방송은 KBS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라디오코리아인터내셔널'과 '사회교육방송' 이 방송되고 있다.

방송위 이은미 연구위원은 24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행 국제방송의 문제점으로 ▲국제방송 정책의 부재 ▲법적·제도적 근거 미비 ▲재원의 불안정 ▲운영상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장·단기적 국제방송 정책이 없으며 TV와 라디오의 해외홍보방송 주체가 분산된 구조 등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리랑국제방송의 경우 국제방송을 수행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으며 민법상의 재단으로 재원의 확보가 불안정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리랑국제방송의 주요 예산은 방송발전기금이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방송을 위해 사용해야 할 기금을 해외방송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방송위는 2007년부터 기금 지원을 전면 중단키로 한 상황이다.

◇해외홍보방송 공사화 논의 급물살 = 10년 이상 논의된 해묵은 주제인 국제방송의 단일화 방안이 아리랑국제방송의 수익 악화 등을 계기로 최근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6월에는 국무조정실에서 아리랑국제방송을 국정홍보처 산하기구로 소관부처를 변경하는 것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최근 공사 설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다.

윤원호 의원 측은 "공사화를 원칙으로 하는 법안이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며 "내용은 공사의 이사회를 방송위원장의 임명으로 구성하고 예결산을 방송위의 승인을 받는 등 교육방송공사법과 비슷한 형태"고 말했다.

윤 의원 측은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재원 확보 방안과 수신료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KBS의 해외방송 부문과의 통합은 KBS 측의 반대로 법안에 포함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사 설립 방안은 이미 수년간 수차례 열린 토론회 등에서 나온 대안이다. 최근에는 윤원호 의원이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송종길 경북대 교수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이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의 해외방송 부문을 통합해 EBS와 같은 특별법에 의한 공기업 형태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방송위는 5월 중장기방송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의 해외방송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위 이은미 연구위원은 국제방송의 일원화 방안으로 조직의 성격은 공사화로 독립적 위상을 부여해야 한다며 국제방송공사를 설립하거나 KBS 국제방송으로 일원화하는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두가지 방안 가운데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의 해외방송 부문을 통합한 국제방송공사 설립안이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관료화 배제, 독립성과 위상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사화 추진의 걸림돌 = 우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KBS의 해외방송 부문을 떼어 내는 것으로 KBS 측이 반발하고 있다.

KBS 이상요 정책기획센터 기획팀장은 24일 토론회에서 "양사의 조직 통합은 과거 군사정권의 언론통폐합 때에나 가능했던 것으로 이 시대에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근본적으로 국가 주도의 해외홍보방송 모델은 '다채널 다매체' 특성의 뉴미디어 시대에 맞지 않다"며 "영국의 BBC와 같이 공영방송에 위탁하는 모델이 유지돼야 매체환경 변화에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KBS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제방송 논의는 특정 조직을 배려하기 위한 정치 논리로 빠져서는 안된다"며 "아리랑국제방송을 살리기 위한 원칙 없는 국제방송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KBS 노조는 "과거처럼 정부가 주도해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방식은 더이상 효과적이지 않으며 국가 주도로 국책방송을 하는 한 그 효과는 오히려 반감되기 쉽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역시 아리랑국제방송이 당초 국내 영어방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해외홍보방송 기능이 부가적으로 생긴 것으로 이를 공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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