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국가적인 중대 사안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국가적 과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주민이 투표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중대 현안에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방폐장 부지선정은 지난 19년 동안 표류해 왔던 대표적 갈등과제라는 점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부지선정에 성공하게 되면 주민투표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의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민투표는 지난해 7월 주민투표법이 제정, 시행된 후 올해 7월 제주도에서 처음 실시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실시되는 것이다. 제주도 주민투표가 제주도 행정제도 개편이라는 자체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투표는 방폐장 부지선정이라는 전국적 현안에 대한 것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이번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는 지방의회라는 대의민주주의와 주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를 복합시킴으로써 이중으로 주민의사를 묻는 방식을 택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방폐장 유치신청을 하기 위해 1차적으로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으며 지방의회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민의를 수렴한 뒤 동의 여부를 결정했다.
또 산자부 장관이 지자체에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면 지자체는 주민투표를 발의하기 앞서 다시 한번 지방의회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 동의와 주민 직접투표 절차를 통해 방폐장 유치에 대해 2중으로 지역의사를 묻도록 한 것이다.
이는 방폐장 유치에 대해 지역주민의 찬반 논란이 뜨거운 만큼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경주, 영덕, 군산, 포항 등 4개 방폐장 유치신청 지역에서 실시될 주민투표의 진행 상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관건은 주민투표가 부정시비, 폭력사태, 투표 방해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 없이 민주적으로 순조롭게 실시될 것인지, 투표 결과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이 승복할 것인지 여부다. 이번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는 올해 6월 공고된 이후 지금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방폐장 부지선정이 과거 실패를 거듭했던 민감한 사안인 데다 환경론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선거운동 및 투표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4개 유치 신청지역 사이에 방폐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해당 주민들이 투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방폐장 부지선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주민투표가 주민의 의사를 묻는것인 만큼 주민들이 제대로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투표방해 행위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주민투표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을 평가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폐장 선정 주민투표가 갖는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이번 주민투표가 국책사업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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