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자기주도형 습관 어떻게 기를지

문 : 중1 엄마입니다. 자기주도형 학습 습관의 형성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충고의 말씀 부탁합니다.

답 : 원시인들은 어떤 물건을 만들 때, 재료를 구하고 다듬는 일에서 완제품이 나오는 그 모든 과정에 자신이 직접 주체적으로 관여했습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작업이 끝났을 때 창조의 기쁨과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분업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은 거대한 생산 공장에서 하나의 부분품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자기가 맡은 부품만 조립하며 단순반복 작업을 계속하는 노동자는 일이 한없이 지루하고, 완제품이 나와도 자신이 그 제품을 다 만들었다는 창조의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창조의 주체인 인간이 거대한 공장의 생산수단 즉, 객체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노동의 소외'라고 합니다. 인간 소외란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 요컨대 주체로서의 인간이 객체로서의 인간으로 전락하여 그 자유로운 본질이 박탈되어 객체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학생이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모님의 한을 풀어주거나, 모교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억지로 공부를 해준다고 생각할 때 학교생활은 즐겁지 않고 학습의 생산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일요일 날 늦잠을 자고 싶은데 부모님의 잔소리가 너무 심하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없이 학교나 독서실에 나가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경우도 학습의 주체인 학생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객체로 전락했기 때문에 일종의 소외 현상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은 노동의 소외를 느끼고 있는 노동자처럼 공부를 하면서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늘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투자와 관리의 측면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녀 교육은 제조업의 생산 관리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기계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스위치를 올리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지만, 공부는 부모가 아무리 완벽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좋은 과외 선생님을 구해도 학생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말을 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을 주기적으로 음미해 보아야 합니다. 부모가 깊이 개입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녀는 부모의 생각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 부모가 거들어 주게 되면 대단한 성과가 있더라도 성취감은 떨어집니다. 자기 힘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계획한 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책임을 지기보다는 부모님이나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될 때 자녀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떻게 될까요. 부모가 엄한 집에서는 질책이 두렵기 때문에 부모를 속이거나 형식에 치우치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반면에 부모가 만만하다고 생각하면 부모를 무시하고 툭하면 반항을 하게 됩니다. 자율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습관은 가능한 한 초등학교 때나 늦어도 중학교 저학년 때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건강도 치료모델보다는 예방모델을 중시합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주도형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면 평생 어떤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주도형 생활 습관과 학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요. 먼저 학업을 비롯한 생활 전반의 여러 일들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게 하십시오. 가능하다면 그 중간 과정에 부모가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명한 부모가 되려면 슬기롭게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다소 답답하고 속이 상해도 끝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계획이 완성되었을 때 원하는 성과가 나오면 아이가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즉시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십시오. 칭찬은 자기 주도형 습관을 위한 최고의 자극제이고 그 습관이 지속되게 하는 튼튼한 버팀목입니다. 만약 계획한대로 성취를 못했을 경우 지나치게 꾸중하여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다음에 스스로 다시 시도할 의욕을 상실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실패하고 힘들어 할 때 부모가 괜찮다고 격려해 주면 자녀는 심리적 위안을 느끼게 되며 부모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주도형 습관을 위해 부모님 특히 엄마는 자녀의 몸종이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해야 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행복과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는 엄마를 인정하고 존경하게 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깊은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는 가정에서 자기주도형 학습 습관은 보다 쉽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서로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챙기며 늘 다른 식구들을 배려하게 됩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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