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벽 사이 두 남자가 벽을 오르내리며 육중한 검을 '쨍', '쨍' 부딪친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나가기도 힘든 좁은 공간이지만 둘은 벽을 타며 대단히 격렬하게 싸운다. 웬만큼 정교한 액션의 합(合)이 아니고는 나오기 힘든 명 액션. '칠검'을 관통하는 여러 리얼 액션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동시에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쉬커 감독이 모처럼 정통 액션을 들고 나왔다. '칠검'의 리얼 액션의 뒤에는 '취권''외팔이 검객''소림사' 등을 만든 홍콩 액션의 살아있는 전설 류자량(劉家良)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무술 감독인 동시에 일곱 무사 중 한명으로 직접 출연도 한 류자량은 '칠검'을 통해 '살아있는 액션'을 보여주겠다는 쉬커 감독의 뜻을 제대로 구현했다.
어찌보면 대세에 역행하지만 감독은 나름의 뚜렷한 소신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방불패' '영웅본색' '황비홍' '신용문객잔' 등 숱한 액션 히트작을 낸 거장다운 여유. 실제 '칠검'에는 그러한 무협 거장의 느긋함이 묻어난다.
'조급해하지 말고 검술을 즐겨라.'무술연마와 무기소지가 금지된 17세기 청나라. 무술을 연마하는 자들의 머리에는 수백 냥의 은화가 현상금으로 걸려 있고 이때를 노려 무차별 사람 사냥에 나서는 무리들이 있다. 전국이 피바다로 휩싸이자 천산에 머물고 있던 일곱 명의 무사들이 산을 내려온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용도의 검을 무기로 사람 사냥꾼들에 맞선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드라마보다는 액션에 무게 중심을 싣기 때문. 리밍, 전쯔단, 찰리 양, 김소연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얼굴 역시 육중한 액션에 묻힌다. 그만큼 이 영화의 포인트는 액션인 것.
검이 기둥과 강철 솥단지를 가르기도 하고, 양날의 칼이 되어 때로는 무사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영웅'이나 '와호장룡'에서 보아온 휘어지는 부드러운 검이 아닌, 바위를 가르는 단단한 검에는 어떤 트릭도 숨을 구석이 없다. 오로지 정면승부다.
한국 홍콩 중국이 공동제작한 영화답게 김소연과 전쯔단은 각각 조선에서 끌려온 노예와 백두산에서 내려온 무사로 설정돼 한국어를 구사한다. 쉬커 감독은 한국 관객의 구미에 맞춰 중국 버전에서 20여 분을 줄였다.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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