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그림이 현대미술에 있어 특별한 관심거리가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다. 피카소의 독특한 형태들이 아프리카 원시미술에서 큰 영향을 받았듯이 아이들의 거침없는 표현 또한 이에 주목한 화가들에 의해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미숙한 기법의 아동미술이 아니라 경이로운 표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주말이면 떠들썩해지는 미술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교실로 내달리는 아이들의 발걸음으로 미술관은 활기에 가득 찬다. 아이들 곁에서 수업의 결과물을 바라볼 때면 여느 작가에 못지않은 작품들을 발견하곤 놀랄 때가 자주 있다. 하지만 문득 이 아이들의 즐거움을 지켜주지 못할 현실의 갑갑함이 무겁게 나를 억누른다.
세상의 모든 것이 생소한 아이들은 하루하루 새롭게 만나는 사물들이 경이롭기만 하다. 보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즐거움은 재료나 기법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자라면서 차츰 미술과 멀어져 간다. 중학생쯤 되면 일부는 공포심마저 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다. 미술을 평가함에 있어 단지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에만 기준을 두는 교육풍토는 이런 편견을 더욱더 공고히 해 왔다. 단순한 재연을 넘어 현대미술이 이루어낸 수많은 성과들이 유독 우리에겐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손재주만 강요하는 따가운 시선 속에 아이들의 상상력은 주눅이 들고, 그토록 놀라운 표현력으로 생기 넘쳤던 그림들은 시들어만 간다. 더욱이 실제보다도 더 사실적인 가상현실을 뿌려대는 영상물과 게임에 빠져드는 순간 이제 아이들은 상상하기를 멈춘다. 더 이상 상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미술에 대한 그릇된 오해를 안고 살아왔지만,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어른이 되어서도 마르지 않는 상상력으로 즐겁게 사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미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두희 경주아트선재미술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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