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관객의 눈물샘을 활짝 열었던 배우 정우성이 또 한편의 멜로영화를 들고 나왔다. 네 커플의 이별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새드무비'(감독 권종관, 제작 아이필름)에서 그는 임수정과 호흡을 맞춰 슬픈 사랑을 그렸다.
영화와는 달리 너무도 화창한 가을날 남산에서 그를 만났다. 블록버스터 '데이지'와 '중천' 사이에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새드무비'에 합류한 그는 "시간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여 좋은 영화에 참여한 것이 기쁘다"며 웃었다.
▲사랑 앞에 작아지는 열혈 소방관
정우성은 '새드무비'에서 소방관 진우를 연기했다. 불구덩이 속을 예사로 뛰어들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그러나 이러한 그의 위험천만한 모습은 늘 애인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둘은 그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촬영을 앞두고 소방훈련을 받으면서 연기 때문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경험했다. 소방관은 아무나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하는지, 우리가 그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는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이렇듯 열혈 소방관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전해주는 이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그의 애인은 그가 직업을 바꾸기를 절실히 바란다.
"직업이 가진 위험성 때문에 자기 여자를 잘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남자다. 그의 사랑은 욕심 내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사랑이다."
시나리오에 매료돼 여덟 명의 배우 중 가장 먼저 '새드무비'의 출연을 결심한 그는 "사실 극중 (차)태현이가 맡은 역할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가 해줘야할 역은 진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액션 못지 않게 멜로에도 어울리는 정우성은 "액션 연기도 신나지만 멜로 역시 신난다. 여자 배우와 감정의 디테일을 마치 칼 싸움하듯 창창 주고받는 맛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배우 임수정에 대해 "짧은 시간 호흡을 맞췄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연기해 호흡이 잘 맞았다. 수정이는 동생 같이 느껴진다. (오빠로서)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 지었다.
▲일에 대해 마르지 않는 갈증
그는 지금 한창 일 욕심에 휩싸여있다. 전지현, 이성재와 함께 네덜란드로 '데이지' 촬영을 다녀온 후 곧바로 '새드무비'를 촬영했고, 이어 23일부터는 중국 항저우로 건너가 차기작인 '중천'의 촬영에 돌입한다.
내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내년 2월 까지 중국에 머물며 '중천'을 찍고 나서는 가벼운 멜로 영화로 숨을 고른 후, 오랫동안 준비해온 연출 데뷔를 마침내 가시화할 계획이다.
"지금 할 일이 너무 많다. 다행히 체력은 되는 것 같다.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밤에는 놀고 싶은 생각이 드니까.(웃음)"
그는 작품이 이어지는 현재 상황을 즐기고 있다. 2001년 '무사'에서 2003년 '똥개'까지 2년여를 본의아니게 쉬었던 것이 너무 아깝기 때문.
"당시 준비하던 영화들이 잘 안돼서 그랬던 것인데 사람들은 정우성이 그저 광고에만 출연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정말 가슴 아팠다"며 웃은 그는 "시간차를 별로 두지 않고 작품을 잇따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각기 캐릭터가 다르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현재 네 편의 시나리오를 써놓았다는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꼭 액션멜로 영화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생활에서의 사랑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 욕심이 너무 많아서…"라며 에둘러 답한 그는 "사랑은 풍파를 많이 겪어야 한다. 그래야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며 피해갔다.
▲본격 아시아 공략에 나서
정우성은 '무사'에 이어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일본을 공략한다. 또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데이지'가 개봉하는 내년 초에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권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그동안 '정우성은 왜 한류에 안 끼냐'는 말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대한 일본 내 기대가 아주 높다. '데이지'도 조건이 아주 좋다. 영화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배우로서 가장 바람직한 성과인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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