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다시 찾은 성(性)의 르네상스

다시 찾은 성(性)의 르네상스/김기영 지음 / 선미디어 펴냄

성(性), 우리 사회에서 이것만큼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예술가들, 혹은 학자들이 성에 대해 고민하고 수많은 작품과 담론을 쏟아냈다. 지금도 그런 작업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 부분은 언제나 접혀 가려진 종이처럼 꺼내 놓으려 하지 않았다. 성과 사랑은 당연히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그러는 사이 노인의 성은 무시되고 조소나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 돼 왔던 것이다. 노인이 성을 표출하거나 성 충족을 위한 행동을 보이면 주책스럽고, 부도덕하며 엉큼한 노인네로 낙인돼 왔던 것이 우리사회의 모습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서 노인의 성이 너무나도 심한 편견과 왜곡에 쌓여 억압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에서 성이라는 것이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기능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랜 역사 속의 문화적 편견에 갇혀 왔고 특히 노인의 경우 이런 성의 기능을 더욱 더 엄격하게 요구받아 왔다는 것.

저자는 노인의 성생활을 억압하는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실증연구를 통해 그 오해를 풀어 해치려 한다.

'내 부모는 안된다'는 노인의 성을 바라보는 젊은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신체적 쇠퇴와 장애로 인한 성 기능의 저하, 거기에다 노인 스스로도 '성욕은 있지만 참아야 한다'는 자기절제. 성욕을 불러일으키거나 성생활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부재라는 사회 환경요인까지.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저자는 성의 개념부터 새로 정립한다. 종족번식을 위한 생물학적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윤활유처럼 부드럽게하는 유희이자 놀이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파악한다.

노인의 삶이 사회성을 갖는 것이니만큼 그들의 성 역시 이제는 복지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노인의 성 문제야말로 한국 사회의 복지문제 및 가족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이자 해결의 실마리라는 것. 성욕을 추구하는 주체로서의 역할, 성의 실체를 알려줄 수 있는 교육, 이성교재 및 재혼의 기회제공, 자녀들의 인식전환 등은 필요충분조건들. 고령화 시대, 단순히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임을 깨달아야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인다. 216쪽 / 1만2천원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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