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길은 언제 걸어도 아름답지. 이런 날이면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어느 노스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단다.
옛날 이 골짜기에 아주 작지만 아담한 절이 있었대. 이 절에 묘운이라고 하는 아기 스님이 있었는데, 다섯 살 때에 부모님을 여의고 골목을 떠돌고 있는 것을 방장 스님이 데려와 길렀다는구나.
묘운 스님이 열두 살 되던 해 가을의 일이었대. 묘운 스님 이야기를 들려주신 노스님은 그때 청년 스님으로서 부엌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밥을 지어 방에 들여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라고 해. 방안이 술렁거리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았대.
그랬더니 그 절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방장 스님이 어린 묘운 스님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있더래.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았더니 묘운 스님이 공양을 하려고 국그릇에 숟가락을 넣었더니 글쎄 국에서 죽은 쥐 한 마리가 나왔다는 것이었어.
너 같았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묘운 스님은 불어터진 그 쥐가 매우 흉측했지만 아무도 몰래 입에 넣었다는 것이야. 그런데 그만 목구멍에 걸리는 바람에 그만 숨을 쉴 수 없게 되었지. 사색이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누구인가가 묘운 스님의 등을 두드려 주어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묘운 스님의 등을 두드려 준 사람은 다름 아닌 부처님이었대. 아무도 부처님이 좌대에서 내려와 묘운 스님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오직 방장 스님만이 빛과 같이 빠르게 달려가는 부처님을 희미하게나마 보았대.
"묘운아, 너는 왜 그 쥐를 입에 넣었느냐?"
방장 스님이 물었지. 묘운 스님은 몇 번이나 별일 아니라고 사양을 하다가 겨우 대답하기를 만약 '여기 죽은 쥐가 있어요'라고 말했다면 이미 국을 먹은 스님들이 거북해 할 것이고, 미처 공양을 하지 않은 스님들은 아무 것도 못 드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걸 삼켰다는 거야. 또 공양 당번 스님들이 애써 일을 하고도 국에 쥐가 들어갔다고 야단을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자 모든 스님들이 숙연해 하였지.
방장 스님이 다시 말하기를 '그럼 상 밑에 몰래 감춰두었다가 버리지 왜 삼켰니?' 하였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국을 먹었는데 쥐가 나왔다 하여 그 국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삼켰다는 것이었어.
그러자 방장 스님은 '우리 절에 나이는 적어도 큰 스승이 있으니 그가 바로 묘운이니라. 묘운은 부처님을 움직인 공을 이루었느니라'하고 거듭 절을 올렸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노스님은 그때 그 절에서 부엌일을 하였던 청년 스님이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지. 어린 묘운 스님 덕분에 크게 깨달음을 얻은 이 스님은 그때 겪은 일을 우리들에게 들려주셨단다.
나는 지금도 그때 그 노스님이 들려주시던 목탁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단다. 그 목탁 소리는 온 세상을 평안하게 하는 것 같았어.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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