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 르포 '군산 분위기 신바람'

"군산이 꼭 이깁니다" 온통 찬성 물결

"군산이 반드시 이깁니다. 어떤 마을은 투표율 100%에 근접할 겁니다. 부재자 투표자 40%에 60%만 투표하면 100%가 되지 않습니까? 물론 찬성률도 높아지겠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을 유치하지 않으면 군산 경제는 끝장입니다. 후손들에게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데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승리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군산시 경암네거리 부근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김모(55) 씨는 방폐장 찬성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는 "경암리에서는 대부분 주민들이 투표에 참가하며, 찬성률도 90% 이상에 달할 것"이라며 방폐장 유치를 확신했다.

11월 2일 방폐장 유치 주민 투표를 7일 앞둔 26일. 군산시는 온통 방폐장 유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플래카드 물결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군산시 입구인 사정건널목에 들어서면서 만난 것은 플래카드와 벽보였다. 군산시 생활체육협의회는 '90% 찬성으로 경북(영덕·경주·포항)을 이기자'는 플래카드를 시작으로 시가지 길가에는 5~10m마다 방폐장 유치 의지를 다지는 플래카드가 빼곡했다. 또 상가나 버스승강장 벽 그리고 전봇대에는 '정부가 경주 방폐장 사업비 697억 원을 지원, 군산 죽이기에 나섰다'는 내용의 노란색 벽보가 가득했다.

군산시민들은 9월말 이전만 하더라도 군산 61.2%, 경주 60%이던 방폐장 찬성률이 본지가 '경주 신월성 1, 2호기 건설에 따른 정부의 특별지원금 697억 원 확정'(본지 9월2 8일자 5면)을 보도한 뒤 경주가 66.2%, 군산이 62.1%로 전세가 역전됐다고 보고 있다.

많은 단체들이 동참하고 학교 동문회나 동기회 별로 내건 플래카드는 방폐장의 안정성과 투표일을 알리는 것에서부터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대통령을 겨냥한 내용까지 다양했다.

'경주는 청와대 힘으로, 군산은 시민힘으로', '배터진 경상도, 지금도 배고프냐? 방폐장 양보해라', '경북을 이기려면 엄마·아빠가 도와주셔야 합니다', '이웃 부안이 피흘려 쟁취하고자 한 것을 경상도에 줄 것인가', '똘똘 뭉쳐 경상도 대통령 뽑아줬더니 역시 군산을 버리는군요', '경주는 청와대힘이 자랑스럽지만 홀로 싸우는 군산은 시민의 힘이 자랑스럽다' 등등이 주 내용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이모(56) 씨는 '주민투표 찬성'이라고 적힌 녹색조끼를 입고 있었다. 군산시에서 내세운 '찬성' 홍보맨으로 260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씨는 "2주 전부터 시에서 조끼를 주며, 11월 2일까지 입고 청소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군산의 도심인 대학로 네거리에는 방폐장 투표찬성을 촉구하는 대형 아치가 설치돼 있고 소룡동에는 방폐장 찬성을 홍보하는 애드벌룬이 등장하기도 했다. 25일 개막된 전북도민체전 본부석에도 방폐장 유치 성공을 기원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군산시 응원단 석에는 '11월 2일 꿈은 이루어진다'는 글귀의 플래카드도 있었다.

◆온통 찬성 물결

경암동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유용(52) 씨는 운전 때는 물론이고 며칠 전부터 매일 2시간씩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방폐장 유치 운동을 하고 있다. 이날도 반대파가 많은 롯데아파트 네거리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찬성표를 찍어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내용으로 방폐장 유치 홍보에 나섰다.

"택시 1천500대가 인구 27만 명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방폐장 관련 국책기관이 들어오면 우선 먹고 살 걱정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찬성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나운동에서 만난 최운림(60) 씨는 "모두가 찬성을 해야 군산이 산다고 하니 투표장에 가서 '아래칸'에 도장을 찍을 것이다. 영감도 마찬가지로 찬성키로 했다"며 "이웃 사람들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지러 투표장에 갈 작정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수정(26·경암동) 씨도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선거면 기권하겠지만 지역의 발전이 걸려 있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하니 반드시 투표를 하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군산시국책사업단 관계자는 "2년 전부터 공무원들이 너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경북지역 3개 시·군이 뛰어들어 힘이 빠지긴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이미 경주로 쏠리는 느낌을 받고 있지만 끝까지 선전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군산시청 7층에 마련된 국책사업단사무실에 잠시 머무는 동안 경주와 포항, 영덕에 파견한 직원들로부터 해당 지역 유권자들과 찬반단체의 활동 등 방폐장 유치운동 관련 정보보고가 끊임없이 팩스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만큼 상대방 정보에도 민감했다.

◆소수 반대파 활동

주민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찬성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심을 누비는 방폐장반대대책위의 홍보차량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반대대책위는 '하늘을 가린 그 손바닥을 당장 치워라! 이것이 허위라면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라는 제목의 전단지 수만 장을 뿌려 찬성파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반대파들은 공보물에 게재한 방사능에 오염된 기형아 사진을 다시 싣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범전라북도국책사업유치추진협의회 등 찬성파들은 반대대책위의 기형아 사진 게시가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반대단체의 지속적인 활동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찬성파들은 군산에는 민노총 소속인 모자동차 근로자가 6천 명이나 되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민노당 측이 차기 선거에서 득표를 노려 맹목적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사이에서는 찬성파들이 100명 투표를 하고 반대파들이 10명 투표하면 손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파들의 투표참여 자체를 걱정했다.

◆후유증 심각할 듯

"전북에서는 3년 전부터 방폐장 유치를 위한 기반을 조성해왔는데 정부가 부안의 위도를 후보지로 정해 놓고도 추진력이 부족, 중도 포기하고 올해 특별법을 만들어 경상도 지역이 무임 승차했습니다. 방폐장 후보지 선정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무정부의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만약 방폐장 유치투표에서 군산이 탈락하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사)범전북국책사업추진협의회 김청환 상임대표는 "정부가 투표를 앞두고 경주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으로 불공정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청와대와 산업자원부가 지역감정을 조장한 것으로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또 이 단체 공동대표인 편영수 씨는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4개 시·군이 공정한 경쟁을 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우상인 군산지역팀장은 "현재의 과열된 분위기가 투표 당일까지 나타난다면 어느 곳으로 결정되든 탈락지역에서는 상당한 실망감과 함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군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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