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몸에선
언제나 생선 비린내가 났다
등록금 봉투에서도 났다
포마드 향내를 풍기는 선생님 책상 위에
어머니의 눅눅한 돈이 든 봉투를 올려놓고
얼굴이 빨개져서 돌아왔다
밤늦게
녹초가 된 어머니 곁에 누우면
살아서 튀어오르는 싱싱한 갯비린내가
우리 육남매
홑이불이 되어 있었다
이경(1954~ ) '어머니'
어떻습니까?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인의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지요? 시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지금은 까마득히 잊힌 옛 기억을 여러분께서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의 어머니는 생선장수였나 봅니다. 시장에서 어물전을 하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또 지금은 사라진 풍물이지만 생선을 담은 함지를 머리에 이고 집집마다 다니던 장사치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달픈 시간 속에서 돈을 모아 아들딸네들의 등록금과 용돈을 조달하던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을 이 작품에서 봅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낡은 노트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금전출납의 기록이 있었는데요. 학창시절 저의 버스 차비, 공납금, 이발소 요금, 용돈 따위가 소상하게 적힌 것을 보았습니다. 왈칵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지금도 그 공책을 보물처럼 갖고 있는데요. 이 시에서 시인은 생선 비린내라는 화두를 바탕에 깔아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육친의 정과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어린 시절, 여러분의 부모님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많이 났습니까? 지금은 저 세상으로 떠나가신 부모님. 한때는 우리 자녀들이 얼굴 찡그리고 싫어했을 그 냄새가 다시금 살뜰하게 그립지 않으십니까?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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