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음을 열고 음악을 듣자

한번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전라도 부안의 채석강에서 소주 한 잔을 하며 일몰의 광경을 본다든지 맑은 물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섬진강변을 걷다가 재첩을 건져 보기도 하고 쌍계사 부근의 상큼한 작설차 한 모금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전남 강진에 위치한 정약용의 유배지인 다산초당을 찾아 옛사람의 발자취를 쫓아본다든지 육지와 다른 분위기인 전북의 선유도나 경남의 소매물도에서 파도소리를 벗 삼아 지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인 듯하다.

이와 같이 낯선 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평소에 무디어졌던 자연인으로서의 정서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바쁘게 쫓기고 획일화 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신과 만나고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개성을 다시 일깨우기도 한다. 이러한 여행은 음악을 통해 한 작곡가의 미지의 삶 속으로 여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만약 모차르트 음악만을 즐겨 듣는 청중이 브람스의 음악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먼저 브람스음악의 색채에 익숙지 않아 당황할 것이며 그와 동시에 브람스라는 작곡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호기심과 신선함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브람스 음악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에 갇혀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브람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삶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만의 독특한 음악적 색채에 공감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를 즐길 여유와 정신의 풍요를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브람스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시대의 죠스깽이나 팔레스트리나의 미사곡들, 강렬한 리듬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근대의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서를 서양음악에 잘 나타내었던 윤이상의 음악들, 그 모든 작곡가의 작품들은 각각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모차르트나 베토벤 그리고 쇼팽이나 브람스와의 만남은 낯익어 하나 현재에 호흡하는 현대음악으로의 여행은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것 같다. 아마 그것은 고전 낭만시대의 음악에 익숙한 귀가 현대음악을 난해하게 받아들이고 익숙한 음악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서 지금 우리 주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의 작품세계와도 만남을 가지면 어떨까 한다. 물론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현재라는 같은 시간과 공간대에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되는 음악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김동학(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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