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언론사 기자의 휴대전화를 도청한 단서가 처음 검찰 수사에 잡혔다. 검찰이 지난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기소하면서 밝힌 정치 사찰, 사생활 감시 등 5개의 도청 사례에 이어 새로이 드러난 DJ 정권의 추악한 범죄다. 검찰은 국정원이 2001년 3월 말부터 9일간 연합뉴스 기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겠다고 기재한 카스(이동식 감청 장비) 사용 신청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카스는 차량에 탑재한 뒤 대상자의 200m 이내 거리에 접근해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장비다. 말하자면 국정원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손금처럼 환하게 들여다 보고 있었다는 얘기니 소름이 확 끼치는 일이다.
사실 기자들에 대한 정보기관의 도청 혐의는 실증이 없을 뿐이지 언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듯 과거 정권들의 도청 행위는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었기 때문에 언론계만 온전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충격이 큰 것은 '세계적 인권 지도자요, 불법 도'감청의 최대 피해자'연하는 김대중 씨가 집권하는 기간의 짓거리였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정권은 기자들 전화를 엿들은 것만으로도 언론을 탄압했다고 봐야 한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도청 사건의 시효 문제를 꺼내며 DJ 정부가 걸려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혹여 그런 심정적 동정이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적 은인에 대한 배신적 탄압 운운 따위와는 상관없이 검찰의 도청 수사는 의연하게 가야 한다. 도청의 뿌리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차제에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공개한 언론사 사장 및 정치부 기자 30여 명에 대한 도청 의혹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이번 연합뉴스 기자에 대한 도청 건이 그 수사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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