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널 대형참사 무방비

제연·소화시스템 全無 '사고 블랙홀'

터널이 대형사고의 블랙홀로 방치되고 있다.대부분 터널엔 소방설비 등 기본적 안전시설이 아예 없다. 더욱이 터널 안전장치를 보강할 제도적 장치도 없어 잦은 사고는 언제든지 대형참사로 연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숨막히는 터널

1일 사고가 난 구마고속도로 달성2터널에는 소방장비는 아예 없었고 제연설비도 사실상 갖춰지지 않아 순식간에 칠흑 같은 밤으로 변했다. 대구시소방본부가 지난 5월 이곳을 점검한 결과, 소방설비라곤 소화기가 전부였지만 소방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아무런 조치도 내리지 못했다.

국내 터널들은 1997년에야 소방시설을 적용하는 특수장소로 규정됐고 이 터널은 이전인 1995년 12월 준공됐다.게다가 현행 소방법상 제연 설비를 비롯, 자동화재탐지설비, 옥내소화전 등을 설치하는 터널 길이를 1천m 이상으로 규정해 7m 모자라는 달성 2터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홍말석 대구시소방본부 조사훈련담당은 "터널 가득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올해 건설교통부는 지침을 통해 제연설비 설치 기준을 500m 이상으로 강화했다"며 "그러나 지침은 지침일 뿐, 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제연설비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터널이 없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터널은 지방도로 7곳, 고속도로 13곳, 지하차도 3곳 등 모두 23곳에 이르지만 대부분 터널들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1천m 이상(달성1터널 상·하행선) 2곳, 500m 이상 10곳 등 건교부 지침상 제연설비가 필요한 대구터널은 모두 12곳이지만 지난 5월 점검 결과, 단 한 곳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23개 중 소화기밖에 없는 터널만 13곳에 이르고, 1997년 이전에 지어져 소방법을 아예 적용받지 않는 터널도 8곳. 그나마 있는 소화설비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

하루 평균 수만 대의 차량이 오가는 대구 동구 공산터널(상행선, 하행선). 이곳은 지난 5월 소방본부 점검 때 8가지나 문제점이 지적됐다. 소화기 및 비상 콘센트 표시등 일부는 불이 꺼져 있었고 소화기구 함만 있을 뿐 정작 소화기는 없었다. 구급, 구조 활동에 꼭 필요한 CCTV를 설치한 터널은 대구 전체 23개 중 겨우 6곳.

달성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있는 CCTV도 터널 입구에 달려 있어 연기가 가득 찬 이후에는 내부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며 "터널 내부에도 모니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바꿀까?

소방방재청 분석에 따르면 최근 액화 압축가스 등 폭발성 물질을 운반하는 차량이 증가, 터널 내 화재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터널 대형사고시 소방차가 최대한 빨리 출동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죽령터널(4.6㎞·중앙고속도로)의 자동식 물분무 소화시스템 설계·건설에 관여한 경민대 소방안전과 김엽래 교수는 "일본만 하더라도 1㎞가 넘는 터널의 경우 대부분 자동식 소화시스템을 갖췄지만 우리의 경우 한국도로공사에서 4㎞ 이상 터널만 자동식 소화시스템을 설치키로 내부규정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긴 터널(1㎞이상)들에 한해서라도 이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이재헌 교수는 화재확산을 줄이는 대안으로 산의 낮은 부분과 터널의 천장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수직갱 환기구,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집진기, 터널 내부 환풍기(제트팬) 설치를 제안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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