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정상회담, 세계의 눈 경주 주목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 회담을 계기로 관광도시 이미지와 함께 컨벤션 도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특히 외교가에서는 "한·미 간 우호협력 강화 방안과 북한 핵문제 등 한·미 양국 정상 간에 언급될 현안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이번 APEC 회의가 가지는 비중의 절반가량은 경주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며 주회의장인 부산과 비슷한 정도의 중량감을 갖고 경주를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경주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고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중소 지방도시로는 드물게 대규모 국제행사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컨벤션도시의 기능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

경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현대호텔을 비롯해 6개의 특급호텔과 7개의 관광호텔 및 7개의 콘도미니엄 등 주빈급이 묵을 수 있는 숙박객실이 3천700여 개에 이르고, 40개에 이르는 업소가 밀집해 있는 불국사 숙박단지 등 지원인력의 투숙이 가능한 곳까지 합치면 서울, 부산, 제주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규모의 국제행사 유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APEC 2005 KOREA)의 국내 공식 일정도 경주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3일간 경주에서 재정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제19차 APEC 재무실무그룹 회의가 출발선이었다. 또 지난 9월 5일부터 14일까지는 고위관리회의 및 산하회의가 21개 회원국 차관급 관리와 국제관련기구 대표 등 1천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에서 열렸고 무역투자위원회, 경제기술협력위원회, 예산운영위원회 등 산하회의를 통해 정상들이 논의할 주요 의제를 사전조율했다.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는 회원국 에너지·광업장관 및 에너지 소비가 많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 1천여 명이 역시 경주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의를 가졌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APEC 정상회의 주개최지는 부산이지만 중요한 의제는 대부분 경주에서 실무논의를 거친 만큼 경주가 보조개최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경주가 단순하게 컨벤션 가능만 가졌다면 한미정상 회담지로 선택받기는 어려웠다. 부시 대통령의 초청지로 선택된 데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경주가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주에는 국보 20호인 다보탑을 비롯해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국보 21호), 연화교 칠보교(국보 22호), 청운교 백운교(국보23호), 석굴암(국보 24호), 무열왕릉비(국보25호) 등 국내 306개 국보의 10%인 31개가 있고 보물, 사적 등 국가지정문화재 207점을 비롯해 모두 300개의 중요 문화재가 있다.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문화재를 가진 것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역사문화도시라는 점이 경주의 강점이다. 따라서 경주는 이번 한미정상 회담 개최를 계기로 부대시설의 정비 및 확충을 통해 앞으로 국제 행사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 21세기 국제컨벤션 도시로 거듭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이번 회담이 열리는 호텔을 안고 있는 보문단지도 전 세계에 소개될 전망이어서 경주 시민들은 올 연말 이후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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