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변 경치 좋은 농어촌 폐교 '귀하신 몸'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전원주택 붐이 일어나는 것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농·어촌지역의 폐교들이 대학이나 기업체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옛날에는 학생 수가 많았지만 1980~1990년대 접어들면서 이농현상 가속화와 함께 농촌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폐교에 이른 초등학교들의 경우 대부분이 산과 계곡, 바다 등 주변 풍광이 빼어난 곳에 위치해 대기업체나 대학들이 휴양소나 연수원 등으로 활용키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농·어촌 지역의 폐교는 인근 주민들에게 저가 임대돼 묘포장이나 화가들의 작품활동 장소 등으로 활용해온 게 고작이었으나 최근 몇 년 새 '웰빙'이 일상생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체나 대학들이 앞다퉈 연수원 등 공동체 생활 공간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면서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부유층들이 펜션 등 영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폐교를 고가에 매입하는 경우도 나타나 폐교부지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투기 열풍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요즘 들어 매각되는 폐교중 소위 목 좋은(?) 곳은 평당 20만~30만 원을 웃돌아 일반 대지 값의 2~3배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울진 근남면 구고 분교(2천546평) 매각 입찰에서는 30여 명이 응찰, 경남 양산의 이모 씨에게 1억6천여만 원에 매각됐다는 데 이는 주변 대지 값의 2배가량 된다는 것. 이씨는 왕피천 지류에 위치한 이 폐교를 청소년수련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온천 개발 예정지 부근에 위치한 데다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 5그루가 있어 조경업자들이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여오던 곳 중의 하나인 근남 수곡초교(2천213평)는 지난 7월 3억1천여만 원을 제시한 경기도 안산과학대학에 매각됐다.

또 수년 전 한 방송의 인기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인 울진 후포항 부근, 명사십리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등 주변 경관이 빼어난 해동분교(2천274평)는 2002년 8월 5억4천500만 원을 제시한 포스텍측에 팔렸다. 평당 23만9천665원에 매각된 셈이다.

전우창 울진교육청 담당계장은 "폐교의 활용가치가 달라지면서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면서 "요즘 들어 산이나 해안을 끼고 있는, 풍광이 수려한 폐교에 대한 매각 문의가 대기업체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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