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목현장에도 '女風'

주부학생 6명 국가기술자격증 취득

"토목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전문토목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습니다."

낮엔 가정주부로, 밤엔 토목학도의 길을 걸어온 30, 40대 가정주부들이 최근 국가기술 자격증을 나란히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경북전문대학 토목과 1학년 김미화(36), 김경례(37), 염은선(32), 이임순(44) 주부와 2학년 박정미(35), 음미숙(41) 주부 등 6명은 올해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에 응시, 건설안전산업기사(2급)· 건설안전기사(1급) 자격증을 함께 취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편들이 모두 지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남편을 돕기 위해 토목학도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김경례 씨는 "자격증을 취득한 뒤부터 남편의 대우가 달라졌고 봉급 등 대우가 시원찮으면 다른 직장을 찾겠다고 남편에게 으름장까지 놓고 산다"며 행복해 했다.

김미화 씨는 "남편 회사에 보탬을 주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자격증 취득보다 더 기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라고 합격 소감을 밝혔다. "건설회사 경리로 일할 때 자격증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는 박정미 씨는 "기사에 만족하지 않고 2년 뒤에는 기술사 자격증에 꼭 도전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도 밝혔다.

주부· 며느리· 학생으로 1인 3역을 해낸 주부 만학도들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준 가족들의 보살핌도 있었다. 염은선 씨는 "남편이 빨래와 밥은 물론 등교까지 시켜줬다"고 자랑했고 이임순 씨는 "시험기간 중 집안 대소사에 가족들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뒤늦은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토목쯤이야 하고 싶게 뛰어 들었다가 생소한 전문용어에 부딪혀 수개월간 고생했다는 것. 주부들은 "고비마다 교수님과 동료학생들의 도움이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바보소리 듣기 싫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경북전문대학 토목과 윤상일(40) 교수는 "최근 들어 토목분야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가정주부들의 만학열풍이 젊은 학생 못지않아 토목현장에 여풍(女風)이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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