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행된 한국인 시위대 어떻게 되나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반대하며 현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국인 시위대 600여명이 18일 새벽 홍콩경찰에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향후 사태 전개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농민단체 회원 등 우리나라 시위대 1천200여명이 WTO 각료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며 시위를 벌이다 이 중 600여명이 현지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홍콩 당국이 이들 한국인 시위대 가운데 폭력행위 등 '명백한'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의법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속한 석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우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실제 사법처리를 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콩 당국은 현재 조사 후 불법행위 증거가 없는 시위대는 조속히 석방하겠지만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당국의 이 같은 의지를 단순한 '엄포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날 시위과정에서 총 80여명이 부상했고 이 가운데는 시위를 진압하던 홍콩 경찰 17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전개됐던 그동안의 상황과는 달리 깃대에 이어 대나무, 쇠파이프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져 홍콩 당국의 사법처리 의지를자극할 빌미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홍콩 당국은 직선제 도입 일정을 배제한 정치개혁안 처리를 앞둔 상태에서 이 같은 폭력시위가 홍콩의 시위문화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국인 시위대의 시위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오던 홍콩 경찰은결국 시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물대포와 최루탄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선 것으로전해지고 있다.

앰브로즈 리(李小光) 홍콩 보안국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불행하게도 시위대들이경찰의 지시를 전혀 지키지 않은 채 폭력수단을 통해 홍콩의 치안과 질서를 훼손했다"며 "이런 무책임한 행위는 홍콩 시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홍콩 경찰이 한국인 시위대를 연행한 것은 추가 시위를 막기 위한 예비적 조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지 경찰이 의법조치 하겠다는 의지를갖고 연행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현 사태를 진단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연행된 한국인 시위대가 현지 법에 따라 사법처리 되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 "물론 폭력시위가 잘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들이 현지에서의법처리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면서도 "(구속등) 그 것에 대해 미리 말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홍콩 당국의 선처를 염두에 둔 듯 "홍콩에서 시위가 폭력적으로 발전되고 아국인이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원만한 처리를 위해 홍콩 당국과 접촉,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행된 한국인 시위대 대부분은 훈방된 뒤 18일 밤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이와 관련, "연행된 한국인 시위대가 조사를 빨리 받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훈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조사 인원이 워낙 많아 희망대로 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홍콩 법규에는 불법집회 및 시위 참여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에, 평화를해치는 폭동에 참여하거나 불법 시위 중 자동차, 건물 등을 파손한 경우에는 각각 1 0년, 14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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