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서는 12월 31일 밤과 1일 갈등과 재앙의 묵은 해를 과거 속으로 쓸어보내고 평화와 희망의 새해를 염원하는 신년맞이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지난해의 경우 동남아를 덮친 쓰나미로 인해 많은 나라와 단체들이 신년 축제를 취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신년을 축하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려 한층 활기를 띠었다.
각국의 신년행사 참가자들은 특히 지난해에 지구촌을 엄습한 대형 재난들과 악몽에서 벗어나 올해는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한목소리로 기원했다.
◇북미= 미국인들은 지난 한 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 재난, 이라크전 찬반논란, 대법관 지명 철회 파장 등 유난히 큰 쟁점들이 많았던 탓인지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뉴욕과 보스턴, 라스베이거스, 뉴올리언스 등 대도시들에서는 송구영신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고, 시민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포옹을 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특히 뉴욕시의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십만 명이 모여 새해를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뉴욕 시민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2006년으로 넘어가기 직전 새해를 상징하는 대형 크리스털 공이 떨어지자 광장은 참가자들의 노래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나와 분위기를 한층 고무시켰다. 참가자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인 뉴올리언스의 구호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의 평화를 염원하는 호소를 경청하기도 했다.
허리케인의 피해가 집중됐던 남부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고향'답게 전통적인 재즈로 새해의 문을 열었다. 도시 곳곳에서 폭죽놀이와 음악회가 이어졌고, 1천 명 이상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재즈와 함께하는 전통적인 장례행사도 열렸다.
신년 축제를 마련한 브라이언 케른은 "뉴 올리언스가 허리케인의 악몽을 딛고 정상을 되찾은 만큼 이곳을 많이 찾아와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럽= 프랑스 파리에서는 약 50만 명이 에펠탑 근교에 모여 새해를 반겼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미 전통적인 행사가 된 듯 청년들이 1일 새벽 4시까지 343대의 차량을 불태웠고 경찰은 266명을 연행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2월 31일 TV연설에서 "다양성은 우리 역사의 일부이며 원천, 그리고 우리 미래의 자산"이라며 인종주의와 싸우고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도록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런던에서는 24시간의 시한부 지하철 파업에도 아랑곳없이 비노조원들이 긴급 투입되면서 별다른 혼란없이 새해를 맞았다.
시내 중심부에는 국회의사당 건물에 설치된 명물 시계탑 '빅 벤'의 타종을 듣기 해 수천 명이 모였으며 템스강변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영국 북부지역에서 새해맞이 축제 참가차 런던을 찾았다는 캐롤 조이스(43)는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이곳에 오고 싶었다"며 파업이 자신의 발길을 잡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는 사고의 우려로 음주가 금지됨에 따라 차분한 가운데 신년행사가 열렸다.
◇아시아= 일본에서는 수천 명이 신년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정상이 눈으로 덮인 후지산 등에 올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격투기 시청이 새로운 신년 풍속도로 자리 잡아 시민들이 TV에 눈길을 집중하기도 했다. 베이징에서는 세속의 근심을 없애기 위한 불교전통 의식에 따라 자정을 기해 108번의 종과 북 소리가 울려 퍼졌고, 홍콩에서는 빅토리아항 주변의 20개 빌딩에서 폭죽놀이를 포함해 거대한 빛과 소리의 쇼가 벌어졌다.
◇기타 지역= 중남미 최대국 브라질에서는 1일 0시를 기해 전국 각지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중남미 최대의 경제중심지 상파울루에서는 약 20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불꽃놀이와 함께 밤새 각종 공연이 열렸다. 대표적인 관광지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도 시내 13곳에 설치된 무대를 중심으로 국내외 관광객 등 330여만 명이 참가하는 대대적인 새해맞이 행사가 벌어졌다.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에서는 지난달 초 인종간 폭력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곳곳에 경찰이 배치된 가운데 수만 명이 도시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 주변에 몰려 자정의 화려한 폭죽놀이를 즐겼다. 또 바그다드의 미군들은 캠프 빅토리에서 미국 본토의 연예인들이 직접 참여한 특별 공연을 즐기며 새해를 맞았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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