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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아들에게 절을 한 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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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먼저 인사하기'와 관련 깊은 우리 나라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조선 초기 유명한 정승인 황희(黃喜)정승에게 수신(守身)이라는 아들이 있었지.

수신은 어렸을 때에 매우 똑똑하였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부지런히 책을 읽었기 때문이지. 수신이 어렸을 적 서울 근처의 흥천사(興天寺)라는 절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단다. 이 때 마침 왕자였던 세종도 이 절에 공부를 하러 왔대. 수신은 세종에게 인사를 공손히 올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매우 긴 시(詩)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줄줄 다 외웠대. 그리하여 세종은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다'하고 크게 칭찬을 하였단다.

뿐만 아니라 수신은 어릴 때부터 매우 담대하였다는 구나. 여남은 살 무렵 수신은 골목길에서 같이 놀던 한 아이가 우물에 빠지자 다른 아이들은 놀라 달아났으나 혼자 장대를 들고 들어가 건져내었대. 이에 아버지 황희도 '남을 도울 뜻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일이야말로 사람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니라'하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는 구나. 이를 보고 마을 사람들은 '앞으로 저 집에는 대를 이어 정승이 나겠구나'하고 칭찬하였고…….

그런데 이러한 수신이 점점 자라 청년이 되자, 그만 자신의 재주만 믿고 슬슬 꾀를 부리기 시작하였대. 날마다 술을 마시고는 늦게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지.

이에 황희 정승은 이러한 아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였대.

"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수신은 아버지가 타이를 때마다 이렇게 대답을 해놓고는 그 버릇을 고치지는 못하였대. 어느 날 수신은 또 술집으로 갔다가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대.

아들이 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황희 정승은 얼른 의복을 차려입고 대문 앞으로 나갔단다. 그러다가 아들 수신이 문으로 들어서자 손님을 대하듯 크게 절을 하며 마중을 하는 것이었어.

"어서 오십시오."

그러자 수신이 깜짝 놀라며 말했지.

"이 어인 까닭이옵니까?"

이에 황희 정승이 대답하기를 "내가 자식으로 너를 대해도 네가 끝내 듣지 않으니 손님의 예로써 대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손님에게는 먼저 공손히 인사를 올려야 하는 법이고?"라고 하였대.

그러자 수신은 얼른 꿇어앉으며 용서를 빌었단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 수신은 마음을 고쳐먹고 행동을 바르게 하여 벼슬자리에까지 나아가게 되었대. 형조참판, 경상도 관찰사, 한성부윤 등 많은 벼슬을 거쳐 마침내 세조 13년인 1467년에는 영의정에까지 올라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였지.

황희 정승의 먼저 인사하기가 이처럼 훌륭한 일을 해낸 것이란다.

얘야, 황희 정승과 그의 아들 수신의 훌륭한 점은 각각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거라. 그리고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이미 늦은 것이지만 반성은 아무리 늦어도 매우 빠른 것이다'라는 말의 뜻도 다시 새겨보고…….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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