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고향에는 등기된 집 한 채 있다
아버지가 애써 일군 집
어머니가 금비녀처럼 아끼시던 집
오남매 꿈이 영글어 피어난 외딴집
썩어가는 기둥에 녹슨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이
잡초에 매달린 채 힘겨워 하며
찢어진 양철지붕 빗물 막으려 용쓰다 뒤집혀
바람에도 겁나 떨고 있다
그을린 정지문 붙잡고 의지하는
뒤뜰 가죽나무의 무성한 잎사귀
주인 없이 지켜온 텅빈 마음의
십 년 상처 다독이고 있다
점점 넓혀가는 타성받이 틈에 끼어
그래도 가끔이면 가 보고 싶은 빈집
공영구 '빈집'
고향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각인되어 있다. 그 추억을 통해 도시적 삶에서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고 위안을 받는다. 또한 반인간적 도시적 삶을 반성하고 용서와 화해를 구한다. 그래서 고향은 우리들의 변함없는 안식처로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고향의 집마저 등기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썩어가는 기둥에 녹슨 못/ 거미줄이 애써 감싸고/ 몸통 드러낸 주춧돌이/ 잡초에 매달린 채'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고향은 우리들의 오염된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영원한 성지(聖地)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지난 설 연휴 동안 우리들은 고향으로 끝없이 달려간 것이다.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李 대통령 질타' 책갈피 달러에…인천공항사장 "무능집단 오인될까 걱정"
김어준 방송서 봤던 그 교수…오사카 총영사에 이영채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