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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 목각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나무가 몸 안에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

촘촘히 햇빛을 모아 짜 넣던 시간들이 한 몸을 이루며

이쪽과 저쪽 밀고 당기고 뒤틀어가며 엇갈려서

오랜 나날 비틀려야만 비로소 곱고

단단한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

제 살을 온통 통과하며

상처가 새겨질 때에야 보여주기 시작했다

박남준 '목각'

나무도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그뿐인가 '이쪽과 저쪽 밀고 당기고 뒤틀어가며' 오랜 나날을 부대껴야만 비로소 곱고 '단단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칼을 들고 목각'을 해 봐야 한다. 그래서 나무에 '상처가 새겨질 때'라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이질적인 가치가 교차하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나'의 상처만 아파할 뿐 '너'의 상처에는 무관심하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이윽고 '나'와 '너' 사이의 견고한 벽이 된다. 우리의 '상처'를 곱고 단단한 삶의 '무늬'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그렇다. '나' 아닌 '너'를 이해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소통하는 일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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