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후의 과실' 옥포참외요~

참외하면 성주? 모르시는 말씀!

'황후'와 '과실'은 옛부터 절묘한 궁합이었다. 당나라 황제 현종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양귀비는 밥보다 과실을 더 즐겼다. 얼굴은 검고 거친 피부에 뚱뚱하기까지 했던 그가 모든 여성들의 '희망'이 된 이유도 매일 수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져다 먹었던 과실 덕분. 과실도 이런 황후들의 사랑을 받은 이후에야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더 얻을 수 있었다.

대구 달성군 옥포면에서 '황후의 과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옥포참외, 신당수박 등 이 지역에서 결실을 맺어 온 과실들이 모두 '황후의 과실'이라는 브랜드로 재탄생,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 최근 성주 등 다른 지역 참외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화로 차별화하자는 판매 전략에 따라 '황후의 과실'이 탄생했다.

30여 년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김호생(53·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씨. 그는 '황후의 과실'의 매력으로 전국에서 가장 빨리 맛볼 수 있는 '진한 단맛'을 꼽는다.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 조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보름 정도 일찍 참외가 출하됩니다. '황후의 과실'은 씹을수록 단맛의 여운이 깊어 먹어본 사람은 잊지 못하지요."

때문에 이곳 참외는 지난 1987년부터 한동안 '나라님'이 즐기는 주요과일 중 하나였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에는 청와대 밥상 단골손님으로 공급됐던 것.

참외 농민 김영상(62·달성군 옥포면 교항리) 씨가 전하는 일화 하나. 지난 1989년 겨울, 인제 백담사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즐겨 먹던 이 동네 참외 맛을 보고싶다고 주문했던 것.

"당시 1t 화물차 1대에 참외를 가득 싣고 강원도로 향했지요. 화물차 주위엔 검은 고급승용차들이 에스코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요즘 '황후의 과실'은 한 상자(15kg)에 12만~16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 들어 한 상자에 18만 원을 웃도는 성주참외에 1등 자리를 내준 적도 있지만 여전히 상한가다.

특히 최근 '황후의 과실'이라는 이름이 붙고 난 뒤 서울에서의 구매전화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서울의 현대·신세계 백화점에서 직구매 계약을 맺고 싶다며 직원들이 직접 옥포까지 찾아오고 있다.

때문에 대구 사람들은 구경할 수 없다. 따자마자 전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향하기 때문. 옥포농협에 따르면 '황후의 과실'을 맛보기 위해 이 동네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없어 못 판다는 것.

이 동네 참외농가 88가구는 가구당 평균 연간 1억 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옥포농협 김용 상무는 "서울지역 수요가 워낙 많아 대구사람들은 정작 맛을 보기 힘들다"며 "앞으로 대구에서도 맛보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이라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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