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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돈이다, 산업화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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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Story telling·스토리 텔링)가 돈이다.'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을 보면서 평론가들은 새삼 이야기의 힘을 얘기한다. 바닥을 드러낸 것 같았던 연산군과 장녹수라는 역사적 사실이 장생과 공길이라는 허구를 만나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내쳐 문화계 인사들은 이야기 자원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있다. 구전이든 기록이든 어느 시대에나 이야기는 있어 왔지만 이제 잘 만들어진 하나의 이야기가 산업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이야기를 발굴하라

"대학로의 웬만한 연극 판권은 이미 영화기획사들이 선점했거나 협상 중입니다."

한국연극협회 한국연극지 염해원 기자는 "문학보다 화면으로 옮기기 쉬운 데다, 판권도 소설이 편당 4천만~5천만 원인 데 비해 희곡은 1천만~2천만 원 정도로 싼 측면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고 했다.

지난 몇 년 새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영화·TV 드라마를 보면 이야기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주인공의 인기나 물량에 기댄 작품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기현 팀장은 "요즘 문화 콘텐츠 기획자라면 권위 있는 원작, 완성도 높은 원작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 여러 장르적인 특성을 떠나서 성공을 가늠하는 그 근간은 결국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지난 설 특집으로 방송된 TV 드라마 '별순검'은 조기종영에서 구원된 이례적인 사례다. 조선시대 과학수사물을 표방한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 부검서 '중수무원록'을 모태로 탄생한 스릴 넘치는 픽션이다. 대장금도 고서에 적힌 몇 줄에서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드라마 '궁'은 만화가 원작이다. 고전이 됐든 만화가 됐든 탄탄한 상상력과 결합한 이야기는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한다.

▲이야기 산업, 인문학을 부활시키다

"이제 정보사회의 태양이 지고 생산의 핵심 동력이 이야기로 옮겨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세계가 이야기를 사고 이야기에 열광한다. 많은 시간과 인력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보다 이야기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음은 해리 포터 한 편만 봐도 입증이 된다. "(홍사종 경기도문화의 전당 사장)

해리포터 시리즈가 3편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총 2조6천억 원.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2조9천억 원에 달한다. 대장금은 광고수입, 해외판권 등 100억여 원의 수입을 올린 외에도 한류를 다시금 달궜다. 잘 만든 이야기는 이처럼 부가가치와 직결된다.

이런 실정을 반영하듯 최근 국내 대학에서는 3, 4년 만에 문화콘텐츠 관련 학과가 20여 개로 늘어났다. 철학과, 독문과 등에서 명패를 바꿔 단 대학도 있다.

이야기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고전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인문학적 토양을 갖지 못한 이야기는 깊이를 얻기 어렵다.

러시아 고려인들의 삶을 수집해 '스토리 뱅크'로 만든 한국외국어대학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이명상 교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인문학이 디자인, IT기술, 마케팅과 만나 응용인문학으로 부활하고 있다"며 "어떤 이야기로 사람을 끌 것인가가 이 시대 최고의 화두"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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