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몸 낮춘 三星그룹이 거듭나는 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가 개인 재산 8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안기부 X파일 문제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장기간 해외에서 떠돌던 이 회장이 귀국하면서 내놓은 '반(反)삼성 종합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던 삼성이 국민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 바짝 몸을 낮췄으나 싸늘한 시각도 만만찮다. 편법 증여 등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것이다. 삼성은 또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취하, 구조조정본부 축소, 계열사 독립 경영 강화, 중소기업 지원 등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되고, 편법 경영권 승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구조본을 폐지하지 않아 삼성의 환골탈태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삼성은 위기 때마다 비난 여론을 돈으로 무마하려 했었다. 과거 사카린 밀수사건과 삼성자동차 사태 때도 공장 헌납과 사재 출연 카드로 위기 돌파를 시도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재 출연도 이 회장 자녀들이 편법 증여를 통해 얻은 차익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심지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한 이익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켓'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는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삼성은 '돈 잔치'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보다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금융 계열사를 이용한 지배 구조와 편법 증여를 통한 경영권 세습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대국민 사과와 재산의 사회 환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윤리 경영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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