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 말 믿어도 되나?" 신뢰성 도마에 올라

美 '아브라모프 스캔들' 파문 계기

"몰랐다" "모른다" "기억에 없다"….

'나는 몰랐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장들을 뒤엎을 만한 각종 증언과 언론보도들이 잇따라 터져나와 가뜩이나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온 부시 대통령의 신뢰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1일(현지시간)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나란히 공개했다.

부시 대통령과 아브라모프가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이 이미 언론사들에 입수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두 사람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함으로써 '아브라모프를 모른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국민의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아브라모프는 최근 한 언론인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부시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으며,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에 초청된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부시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커져만 가고 있다.

아브라모프는 이 e메일 메시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서 기억력이 가장 좋은 사람"이라면서 "그는 나를 12번가량 본 적이 있고, 우리 애들에 대한 얘기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8월 9일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린 기금 모금자들의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그날이 유대교의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브라모프의 이 같은 주장들은 "솔직히 그와 사진을 함께 찍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와 함께 자리에 앉거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누구 말이 맞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트리나 늑장 대처에 대해서도 '피해가 그렇게 크리라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는 부시 대통령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난 여론에 밀려 퇴진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FEMA) 전 청장은 10일 상원 청문회를 통해 지난해 8월 29일 카트리나가 닥치기 전 뉴올리언스 호수의 둑이 무너져 대홍수가 날 것임을 백악관 수뇌부에 사전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결정적으로 주저앉혔던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백악관 측에 불리한 증언이 제기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까지 리크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을 비롯한 백악관 인사들이 이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딕 체니 부통령이 비밀 유출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

부시 대통령의 정직성을 묻는 지난해 말 미국 내 여론조사에선 '부시 대통령이 솔직하다'는 응답이 겨우 30%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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