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양북면 봉길리 일대가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터로 정해진지 3개월이 지났다. 19년간 표류했던 방폐장이 이제 사업추진 계획과 절차를 거쳐 오는 2008년 1월쯤 착공하여 2009년초부터는 부분 운영, 같은 해 12월말에는 1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준공할 예정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얼마나 발생하나
지난 1978년 고리 원자력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총 전력수요의 약 40%를 공급하는 주력 에너지원으로 성장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산업체, 병원, 연구소 등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러한 원자력의 이용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게 되며 이의 안전관리 문제는 중요한 국가 현안이다.
방사능은 농도에 따라 중저준위 및 고준위로 나눠진다. 현재 국내 20기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연간 4천드럼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90%다. 나머지 10%는 연구소와 병원 등지에서 배출된다.
원전 증설에 따라 방사성폐기물량은 더욱 늘어나 앞으로 60년 동안 40만드럼까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소 해체에 따른 중저준위 폐기물도 40만드럼 가량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북면 봉길리에 들어설 방폐장은 앞으로 60년 동안 국내의 원자력발전소, 연구소, 병원 등에서 나오는 모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밀봉 상태로 저장하게 된다.
◇방폐장은 어떻게 건설되나
산업자원부는 지난 1월 2일 경주 양북면 봉길리 49번지 등 998필지 64만여 평을 방폐장 건설을 위한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 고시된 64만 평 중 40만 평은 기존 신월성 1, 2호기 원전부지 중 일부가 방폐장 부지로 편입된 것이고 24만 평은 새로 추가됐다.
방폐장이 들어설 대상 부지경계가 법적으로 최종 확정돼 다른 용도로 전용이 금지되며 예정구역 지정에 앞서 산자부는 경주가 방폐장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환경부의 사전환경성검토 등 10개 부처와 협의절차를 거쳤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먼저 1단계로 올해 초부터 약 1년 6개월간 부지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등과 함께 처분시설 및 수송선박 설계 등을 추진한다. 현재 한국전력기술(주) 및 처분시설 설계경험을 갖춘 핀란드 SNR사, 스페인 INITEC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처분시설 기본설계를 수행중이다. 12공의 추가시추 및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현장계측 작업도 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방폐장건설준비단 14명의 직원들이 경주시내에 사무실을 열고 경주시와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 활동 중이다. 김덕환 과장은 "오는 4월말이나 5월초쯤 80여 명의 방폐장건설사무소 본진이 월성원자력본부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인 방폐장 건설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내년 5월쯤 공공시설(도로, 전기, 상수도시설 등) 설치 및 부지정지공사 착수 등 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기반공사 착수를 하게 된다. 이어 과학기술부에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전문적인 평가결과를 토대로 안정성 심사를 수행하고 필요시 관계부처 협의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서 건설 운영허가를 승인받는 2008년 1월쯤부터 방폐장 기반공사에 착공, 2009년 1월부터 부분 운영을 시작하고 같은해 12월말 1단계 준공 예정이다.
이번에 건설될 처분장은 부지여건과 처분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1조1천445억 원을 들여 1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하고 앞으로 단계별로 증설해 약 80만 드럼 규모로 조성한다. 지원시설로는 연구시설, 인수·검사시설, 홍보관, 복지시설 등이 함께 건설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식은
경주 방폐장의 처분방식은 봉길리의 부지특성을 고려하고 처분장의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되며 5월쯤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스웨덴, 독일, 핀란드 등지에서 채택하고 있는 동굴 처분방식은 땅속 암반에 동굴을 파서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식이다. 반면 지표면에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만들어 폐기물 드럼을 쌓은 뒤 뚜껑을 덮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밀봉하는 천층 처분방식은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스페인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한수원 방폐장건설사무소 건설추진실 장용기 실장은 "경주 방폐장을 어떤 처분방식으로 할 것인가는 부지특성조사 등을 통해 전문가들이 최종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관협력반 신흥식 반장도 "두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부지특성 등 충분한 조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처분방식이 결정돼야 배치도의 윤곽도 드러난다"고 말했다. 신 반장은 "봉길리의 경우 임야 경사가 있어 절토가 불가피해 비는 물론 지하로 침투할 수 있는 물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폐장 안정성 확보 방안은.
처분시설은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지형조건 및 처분방식을 고려, 엄격한 국내·국제기준을 설계에 반영해 건설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을 각종 조사과정 및 처분방식 결정 등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장용기 실장은 "지자체와 협의해 민간환경감시기구를 조기 구성해 조사 단계부터 안정성 검증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지특성조사, 설계 및 건설, 안전성 평가 등 전체 사업공정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토와 검증을 단계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재근 사무국장은 "높은 찬성률로 경주에 건설되는 만큼 환경영향평가와 지진 등에 대비, 철저한 지질조사 등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건설과정에서도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한수원이 경제논리보다는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건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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