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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경제인과 차 한잔-김용구 중기협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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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中企전진기지로 최적"

300만 중소기업의 대변기관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선장인 김용구(金容九·66) 회장은 지난해 정부를 깜짝 놀라게 했다. 100여 일 만에 우즈베키스탄과 아랄해 석유개발 사업 참여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사고'를 친 것. 해외 유전개발 참여는 대기업도 수년 걸려서 성사시킬까 말까 한 대형 프로젝트다.

◆유전을 잡아라=김 회장은 지난해 초 중소기업 CEO 26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5월 국빈방문에 앞서 중소기업 경제사절로 나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제1경제부총리를 만난 그는 대뜸 유전개발에 참여하겠다고 제의했다. 중소기업의 유전개발 참여 제의를 못 미더워하는 제1경제부총리에게 "한국 정부가 중소기업을 돕는 자금이 매년 30억 달러나 된다"며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제1경제부총리는 유전개발 경험이 있는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귀국한 김 회장 일행은 한국석유공사를 참여시키기로 하고 접촉했으나 담당자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기업도 하기 힘든 일을 중기협중앙회가 하겠다고 하니 코웃음을 쳤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장관은 한국석유공사 해외개발본부장에게 "헛걸음하는 셈치고 우즈베키스탄에 가보라"고 권했다.

컨소시엄단이 다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놀랄 정도였다. 양해각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됐다.

이 같은 '거사'는 김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회석 광산을 운영하며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낸 그는 에너지에 관심이 많아 유전개발을 생각했고 중소기업이 못할 것 없다는 배포로 밀어붙였다. 우즈베키스탄 유전의 매장량 등은 현재 조사 중으로 이달 중 본계약이 체결되면 본격 개발에 나서게 된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중소기업정책 연구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직을 겸하고 있다. 중기연구원은 얼마 전만 해도 연구원이 6명밖에 없는 허약한 조직이었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이 전무한 점에 주목한 김 회장은 중기연구원을 대폭 보강, 연구원을 50명으로 늘렸다. 운영 내실을 기하기 위해 중기협중앙회 내부조직이던 것을 재단법인으로 분리 독립시켰다. 이 같은 중기연구원의 변신을 눈여겨본 뉴브리지캐피탈이 연구비에 써달라며 1천만 달러를 쾌척했다. 어떤 경제단체도 갖고 있지 않은 연구원을 만든 셈이다.

◆개성공단에 주목한다=김 회장은 개성공단이 중소기업의 세계적인 수출기지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고, 임금이 월 57.5달러로 싸고, 언어가 통해 중소기업 전진기지로 최적이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개성공단에 100만 평 규모의 중소기업전용공단을 건설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중기협중앙회가 개성공단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추진 체계를 바꿔야 한다. 추진 주체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지금은 토지공사가 혼자 도맡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와 협의가 잘돼 중소기업 전용공단 사업을 하게 되면 지금과는 방식을 달리할 복안을 갖고 있다. 공단을 조성해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투자할 기업을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 그 컨소시엄이 직접 공단을 조성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다. 이 경우 정부와 중기협중앙회는 서포터스 역할만 하면 된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만 지금은 분양을 받을지 못 받을지 예측할 수 없어 체계적인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선 모집-후 조성으로 추진 방식을 바꾸면 계획된 투자를 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좋은 방안이라 했다고 한다. 새 장관도 긍정적으로 받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 사업을 낙관하지만은 않는다. 우리나라 의지만으로 되지 않고 미국의 뜻이 더 중요한 것이 난점이다. 결국 북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고 북·미관계가 개선돼야 개성공단도 순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개성공단은 고임금, 인력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희망"이라며 "외교적 사안이 원만하게 해결돼 해외로 향하는 기업들의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김 회장은 지난달 15일 중기협중앙회와 한국전력이 대-중소기업 상호협력 각서를 교환한 것을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전과 납품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가 생산자금 등 돈이 필요할 경우 우리은행이 대출하고, 만약 부도가 나면 중기협중앙회와 한전이 반반씩 부담하겠다는 약속이다. 공기업이 협력업체 부실을 절반 부담하겠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사례로, 여타 공기업과 대기업으로 확산되기를 김 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대-중소기업 상생에 대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 실천해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정부의 연간 공공구매 물량이 80조 원이지만 삼성 등 4대 그룹 구매물량이 120조 원에 이르는 것에서 보듯 대기업이 앞장서야 '상생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이 할 일도 있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투자로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해야 대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류 기술을 한 가지 이상 확보하자는 'Only One' 운동을 주창했다.

◆지방화·분권화=지방화와 분권화는 중기협중앙회 화두 가운데 하나다. 우선 지회가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 출장소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울산 등 5개소에 출장소를 만들었다. 중기협중앙회가 지방에 있는 회원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 회장은 중앙회 권한을 12개 지회로 대폭 이양하는 '분권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또 아직 중기협중앙회에 가입하지 않은 300여 개 협동조합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작업도 적극 벌일 방침이다.

안동이 고향인 그는 지난해 안동시 투자유치설명회를 개최했다. 산자부 장관 등 200여 명이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기업 유치 실적은 미미했다.

김 회장은 "지역이 기업을 유치하려면 지자체가 저렴한 공장용지를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앞으로 다른 시도에서도 투자유치설명회를 요청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점촌중을 다니다 혈혈단신 출향해 경제5단체장이 된 그는 성공의 비결을 묻자 "자리를 지킨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다"고 겸양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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